식약처, 시효 없는데 허가 단계 위법행위 처분 '無'…허가자료 그대로 내년 재허가도 가능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허가 당시에도 자료를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효가 없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처분도 제조 단계에서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만 이뤄져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설령 품목허가가 취소되도 1년 뒤 같은 자료로 재승인을 받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7일 메디톡신과 관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약사법 위반' 두 가지 혐의로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와 임원을 기소했다. 여기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메디톡스가 2012~2015년 무허가 원액으로 보툴리눔 제제를 생산하고, 역가실험 결과를 조작해 수십차례 국가출하승인을 받아 시중에 판매한 혐의다.

이 내용을 최초 제보한 공익신고자에 따르면 이같은 위법 행위는 2012년 이전에도 이뤄졌으며, 심지어 2006년 메디톡신 허가를 받을 당시에도 행해졌다.

공익신고자의 신고 대리인인 구영신 변호사는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허가 취득 당시부터 시험용 원액(10SBTA)으로 메디톡신을 제조했는데, 이 원액은 기준부적합(Out Of Specification, OOS) 원액으로 인체에 치명적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회사는 제조 지시 및 기록서 등의 자료에는 허가용 원액인 BTA로 완제품을 생산한 것처럼 자료를 조작했다"고 말했다.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공소사실에서 해당 내용이 제외된 이유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06년 허가 전 위법 행위가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처분도 허가가 아닌 제조 단계에서의 위법 행위만 대상으로 이뤄졌다. 식약처 처분은 시효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데도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에 대해서만 처분을 내리다 보니 허가 단계에서의 위법행위는 다뤄지지 않은 것이다. '인보사 사태'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이 조항도 적용되지 않았다.

문제는 허가 단계에서 위법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이 없다 보니 설령 품목허가가 취소되더라도 1년 뒤 과거 자료 그대로 재허가를 받으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품목허가가 취소된 경우 1년 뒤 재신청이 가능하다. 만약 허가 단계에서의 위법 행위가 드러나 처분을 받으면 재신청을 하더라도 임상이나 역가 등 조작된 시험에 대한 재시험을 거쳐 심사 서류를 재구비해야 한다. 그런데 메디톡신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만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과거 자료 그대로 재심사를 받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구 변호사는 "검찰이 허가 당시에서의 위법행위에 대한 정황을 파악했고 공익신고자도 관련 자료를 갖고 있는 만큼 시효와 상관없이 식약처의 추가 조사로 추가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당초 행정조사의 한계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에서 받은 공소장을 토대로 처분이 이뤄지다 보니 제조 단계에서의 위법행위만 처분을 내리게 된 것"이라며 추가 조사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이어 "1년 뒤 과거 자료 그대로 재승인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맞으나 이 경우 심사 시 검찰에 수사자료를 요청해 허가 자료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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