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학회, 심평원에 "DPP-4i 및 TZD와 병용 시 계열별 급여 적용" 의견서 제출
심평원, "과거 쟁점 복기할지, 새 시각 논의할지 결정된 바 없어"

당뇨병 약제 중 하루가 다르게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는 SGLT-2억제제 계열 약물의 병용요법 급여 이슈가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달 평의원회, 이사회를 거쳐 합의된 SGLT-2억제제 병용 시 급여 적용 관련 의견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의견서에는 SGLT-2억제제와 DPP-4억제제(또는 티아졸리딘디온(TZD))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확대 필요성과 함께, 병용요법 급여 기준을 계열 전체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뇨병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당뇨병 관리를 위해 SGLT-2억제제와 DPP-4억제제의 병용요법에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하지만 이 때 급여기준을 허가사항에 기재된 '약제별'로 적용할지, '계열별'로 적용할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약제별 적용에 찬성하는 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사항 변경도 없이 임상 근거도 확립되지 않은 조합을 급여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계열별 적용을 찬성하는 측은 "과거 식약처가 이전 모든 당뇨병 약제에서 계열별 병용을 허가했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으며, 약리학적 관점에서 두 약제의 병용시 유의한 상호작용 가능성은 낮아 안전성에 문제될 게 없다"고 각각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뇨병학회가 '계열 병용'으로 의견을 하나로 모으며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 최근 발표된 SGLT-2억제제 관련 연구들도 학회의 행보에 힘을 더했다.

최근 1~2년 사이 SGLT-2억제제가 심혈관 안전성을 넘어서 심장 및 신장 기능 개선에도 이점이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됐다. 이에 미국 및 유럽 당뇨병학회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심혈관질환 혹은 신장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을 제외한 기존 경구제 중 SGLT-2억제제를 최우선 치료옵션으로 권고했다.

여기에 유럽심장학회는 처음 당뇨병을 진단 받은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경구제 중 SGLT-2억제제를 먼저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당뇨병학회 역시 작년 가이드라인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 SGLT-2억제제 중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개정했다.

당뇨병학회가 이번에 심평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TZD 약물이 포함된 점도 주목된다. SGLT-2억제제와 TZD 약제가 기전상 서로가 가진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상호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고대안암병원 당뇨병센터장 김신곤 교수는 "(SGLT-2억제제와 TZD) 두 약제는 서로 다른 기전으로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을 감소시킨다"며 "TZD가 가진 단점인 체액저류를 SGLT-2억제제가 줄이고, TZD의 체중 증가 부작용 역시 SGLT-2억제제가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당뇨병학회가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 중인 심평원은 이번 주 중 유관학회 및 식약처에 의견 요청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심평원 약제기준부 관계자는 "당뇨병학회에서 제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내분비학회 등 관련학회와 허가사항을 담당하고 있는 식약처 등 관련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주 중 의견서 요청 및 수렴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의 쟁점 사항에 대해 논의할지, 새로운 시각에서 논의할지 정해진 바는 없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식약처와의 회의가 쉽지 않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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