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임상시험 활발하지만 국내 기업 임상 진입은 '전무'…일각선 홍보효과만 노린단 지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실제 임상시험에 진입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개발 계획 홍보만 떠들석한 채 임상시험 진입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도 준비하지 않아 '개발 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8일 현재까지 승인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총 6건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3건으로 가장 많은 동시에 3상으로 가장 앞서 있다. 이밖에 칼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계열(옥시크로린·할록신), 알베스코 흡입제(성분명 시클레소니드) 등이 각각 1건씩 연구자 임상으로 승인을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

렘데시비르를 제외한 세 약물은 에이즈나 말라리아 등 다른 질환에 대해 이미 쓰이고 있던 치료제다. 칼레트라는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도 치료제로 쓰인 바 있으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 클로로퀸 계열 항말라리아제도 사스를 비롯해 코로나19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알베스코는 일본에서 처음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발견했고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약물 재창출 연구를 통해 임상 승인을 받았다. 렘데시비르 역시 본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약물이지만 코로나19와 유사한 메르스 및 사스에 대한 동물모델에서 효과를 입증해 임상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전 세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도 이들 약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악템라(성분명 토실리주맙)·케브자라(성분명 사릴루맙)·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자카비(성분명 룩소리티닙) 등 자가면역성 질환 치료제를 활용한 임상도 3상에 진입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 아비돌(성분명 우미페노비르)·아비간(성분명 파비피라비르)·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 등 항바이러스제의 효능을 살펴보는 임상연구도 진행된다. 지난 2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정적사용프로그램(EAP)에 따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였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도 수일 내 2상을 실시한다.

국내 기업들도 코로나19 발생 초창기부터 앞다퉈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s)'에 등록된 전 세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100여건 중 국내 기업의 임상시험은 현재까진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서를 제출한 국내 기업은 현재 코미팜, 부광약품,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3곳뿐이다.

이마저 자료 미비로 승인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코미팜은 자사의 신약 후보 물질 '파나픽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2월 말 IND를 제출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승인을 받지 못했다.

다수 환자를 위한 치료목적사용승인 신청도 마찬가지다. 이뮨메드는 자사 신약 물질 'HzVsF'을 다수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기 위해 다수 환자를 위한 치료목적사용승인을 신청했지만, 세포실험에서 효능을 입증할 데이터를 얻지 못해 보완 요구를 받았다.

이 외에도 강스템바이오텍은 영남대학교가 자사 줄기세포 치료 신약 물질 '퓨어스템RA'에 대해 치료목적사용승인 신청을 했다고 지난달 20일 밝혔지만 2주가 훌쩍 넘도록 승인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늦어도 수일, 빠르면 하루 만에도 코로나19 관련 치료목적사용승인을 하고 있다.

이렇듯 임상에 진입할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거나 임상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신속한 임상', '임상 신청', '효과 기대'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마치 금방이라도 임상에 진입할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미팜, GC녹십자랩셀, 셀트리온제약, 강스템바이오텍, 신라젠 등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만으로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때문에 지난 메르스 사태 때의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시에도 일양약품, 셀트리온, GC녹십자 등이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뛰어들며 관심을 받았지만 임상시험까지 이어간 기업은 진원생명과학 뿐이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