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국내 15개 대학병원과 공동연구…“간암‧간 기능 나쁜 간경화는 제외”
완치 후에도 평생 약을 먹어야 했던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 희망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내과 이정훈 교수, 김민석 임상강사 연구팀은 혈청 표면항원이 사라진 B형간염 환자는 항바이러스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 소화기학회지(Gut, IF=17.943)’ 3월 25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만성 B형간염은 전 세계 2억6,000만명이 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에선 더욱 흔하다. 기존에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기능적 완치’로 판단한다.
문제는 표면항원이 소멸돼 기능적 완치로 판정받아도 쉽사리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장기간 복용하던 약을 중단할 경우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돼 간 기능 악화, 간 부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에 부득이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야했고 그에 따른 내성, 부작용,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었다.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를 오랫동안 복용해서 혈액 내 표면항원이 사라진 환자 276명을 분석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유지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안전성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표면항원 재전환 빈도,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재검출, 간암 발생위험 등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결과, 두 환자군 간 차이가 없었다. 즉, 표면항원이 소실됐다면 항바이러스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만성 B형간염 항바이러스치료 종료시점을 결정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 유럽, 국내 진료지침에 따르면 표면항원 소실 후 항바이러스치료 중단을 권장하지만, 그 근거를 명확하게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 표면항원이 소실되는 사례가 워낙 드물어 충분한 표본수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연구는 국내 16개 병원의 협조로 많은 표본 환자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항바이러스치료를 유지한 사람과 중단한 사람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다. 이는 만성 B형간염 환자의 항바이러스치료 종료의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내과 이정훈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한 환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종료시점을 명확히 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항바이러스치료중인 만성B형간염 환자 중에 혈청에서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으면 항바이러스 약제를 중단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암이 있거나, 간기능이 나쁜 간경화 상태의 경우는 제외된다”고 전했다.
김민석 임상강사는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증명이 필요하지만,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던 문제였다”면서 “국내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해결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