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글로불린 제제 개발, 혈장 확보가 관건…거부반응 해소 가능
현행법상 부적격 혈액제제만 연구용 공급 가능…코로나19에도 그대로 적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혈장 치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회복 환자의 혈장을 활용한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난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환자에게 수혈하는 '혈장 치료'와 같은 기전이다. 이는 혈장에 바이러스에 맞서는 면역 항체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다만 혈장 치료가 혈장 자체를 수혈하는 것과 달리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혈장에서 필요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글로불린만 떼어내 혈장 치료보다 효과와 안전성을 높였다. 혈장 치료에서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지난 2일 코로나19 면역글로불린 제제 개발 의지를 밝힌 GC녹십자는 나아가 회복 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한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 제조 기술을 코로나19에 적용키로 했다. 일반 면역 항체로 구성된 혈액제제 면역글로불린(Immune globulin)보다 코로나19에 특화된 항체가 더 많이 들어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회사는 과거 이 기술로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 '헤파빅', 항파상풍 면역글로불린 '하이퍼테드' 등을 상용화 한 바 있다. 이 제품들과 작용 기전과 생산 방법이 다르지 않아 빠른 개발이 장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지만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데,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이러한 과정이 없어 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혈장 치료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위기도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완치자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을 치료용으로 투약했으며, 앞서 중국은 코로나19에서의 혈장 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혈장 치료를 실시했다.

이에 발맞춰 면역글로불린 제제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케다, 그리폴스 등 글로벌 혈액제제 회사들이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면역글로불린 제제 개발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도 GC녹십자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국내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난관을 겪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혈장 확보가 관건인데 국내 규정상 충분한 혈액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헌혈된 혈액제제는 생산용으로 쓸 수 없는 부적격 혈액에 대해서만 연구용으로 제공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대로 적용돼 면역글로불린 제제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C녹십자는 약 한달째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과 코로나19 확진자 혈액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지난 1일 GC녹십자 본사를 방문해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며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장이 확보되면 임상에 착수할 수 있는 준비는 빠르게 마칠 수 있다"며 "항바이러스제 등 치료제로 효과가 없는 중증환자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연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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