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상, 임상 규모부터 대상 환자군, 주평가지표 모두 재디자인…환자·CRO 관리도 강화

헬릭스미스가 유전자 치료 신약 물질 '엔젠시스(개발명 VM202-DPN)'의 3-1상 임상시험의 뼈아픈 실패를 딛고 후속 임상에 나선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부터 새로 선정한 헬릭스미스는 임상 규모와 환자 대상, 유효성 평가 지표, 운영 방식 등을 모두 수정했다. 3-1상에서 드러난 임상 관리의 미숙함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후속임상인 3-2상 프로토콜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앞서 진행한 3-1상은 주평가지표 달성 실패로 결론 났다. 엔젠시스 투약군과 위약군 간 유효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던 것. 이에 회사는 5개월간 데이터를 분석하며 몇 가지 실패 요인을 꼽았다. 이번 후속임상에는 실패 요인을 최대한 제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디자인 됐다.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

우선 임상 주평가지표 평가 시점이 달라졌다. 3-1상은 투약 후 3개월째 시점에서 베이스라인 대비 통증감소정도를 측정했지만 3-2상은 이 시점을 6개월째로 변경했다. 이는 임상 데이터 분석 결과 엔젠시스가 체내 투여 뒤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를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달 14일 "500명 데이터를 정밀분석한 결과, 통증이라는 지표 특성상 초기에는 위약군에서 '플라시보 효과' 등으로 인해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기 힘든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플라시보 효과는 사라지고 VM202의 효과는 유지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3-2상은 투약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환자가 작성한 통증일기(Pain Diary)에 기록된 지난 일주일 간의 평균 통증이 베이스라인 대비 대조군에 비해 얼마나 감소했는지 확인하게 된다.

부평가지표는 첫 투여 후 6개월 시점에서 부차통증지표(BPI-DPN)로 지난 일주일간의 가장 심한 통증지수(Worst Daily Pain score) 변화를 측정해 대조군과 비교한다. 또 일일 평균 통증 감소 효과가 50%인 환자의 비중이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지 살펴본다.

대상 환자와 규모도 변화했다. 3-1상은 5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3-2상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번 임상에서는 먼저 152명 피험자의 50%에 대한 데이터 수집 후 중간 분석을 통해 추가 환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회사는 최대 250명 규모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임상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배경엔 지난 3-1상을 대규모로 진행하면서 임상 사이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퀄리티 편차가 컸던 요인이 작용했다.

더불어 회사는 프리가발린 혹은 가바펜틴 등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에서 엔젠시스의 효과가 더 잘 나타난 것으로 분석, 후속임상에서는 이러한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로 대상을 제한했다. 이들은 DPN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계통 약물 사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다.

헬릭스미스는 앞선 임상에서 관리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후속임상에서는 임상 환자 및 CRO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우선 통증일기를 성실히 작성하지 않는 환자는 임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회사는 "투약 전 일주일 동안 통증 기록을 분석해 표준편차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주기적인 소변검사로 병용금지 약물 사용 여부를 확인한다.

또 3-1상을 진행한 CRO가 아닌 'PRA헬스 사이언스'라는 새 CRO를 선정하는 동시에 별도로 통증 임상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제2의 CRO로 두면서 각종 규정 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는 "이번 임상은 3-1상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엔젠시스의 효과를 입증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툴을 동원해 만들어졌다"며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PRA라는 최고의 CRO 업체를 선정했고, 여기에 통증 임상 분야에서 데이터 품질 관리에 최고 실력을 가진 회사를 제2의 CRO로 뒀다. 성공을 위해 혼신을 바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엔젠시스 3-2상은 별도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없이 곧바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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