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시대에서의 일상①]ACC 등 학술대회 연기보다는온라인 개최로 변화 꾀해
경기도‧명지병원 등 웨비나 통해 코로나19 환자 치료 경험 교류도 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두달여. 하지만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과 끊이지 않는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감염병 시대’의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본지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전을 대비하면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나가는 의학계, 제약계 모습을 2회에 걸쳐 살펴봤다.[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연례 학술행사를 일시적으로 취소하거나 올해 하반기로 연기했던 학술단체들이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만의 상황이 아니다.

먼저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는 국제학술대회인 'World Congress of Cardiology(WCC)'를 28일부터 30일까지 '가상(virtual)'으로 개최한다.

ACC 측은 "전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으로 연례 학술행사를 최초로 취소하게 될 줄 몰랐다"면서 "하지만 전 세계 심혈관 전문가들이 환자와 그 지역사회의 코로나19 극복을 돕는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며 이번 결정은 옳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지난주 학회는 새로운 기술, 교육 포멧 등을 활용해 ACC.20/WCC를 전세계 심혈관 전문가 및 기타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가상' 체험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며 "무료로 제공되는 'ACC.20/WCC Virtual'은 28일부터 시작해 3일간 기조연설, 젊은 연구자 시상, 최신 혹은 주요 임상연구 세션을 포함해 총 23개 교육 세션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수년에 걸쳐 준비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가 코로나19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인해 취소될 수밖에 없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온 세상을 무대로!(All the world's a stage)"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하며 "쇼는 계속돼야 한다(show must go)"고 역설했다.

미국심장학회가 '가상' 학술대회 계획을 발표하자 5월 말 학술행사를 앞두고 있던 최대 규모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The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역시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 행사로의 대체를 알렸다.

미국임상종양학회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5월 말 예정된 연례 학술대회에 전 세계 연구자들이 직접 참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회의 본래 목적에 따라 최신 연구결과들을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내 학회 중에서는 대한당뇨병학회가 최초로 5월 초 예정된 춘계학술대회를 온라인 개최로 대체한다고 선언했다. 학회는 "인류 공동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내외 학술대회가 모두 취소되고 있는 추세"라며 "대한당뇨병학회도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자 제33차 춘계학술대회 개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도 시공간적인 제약을 뛰어 넘어 학문적 교류의 장은 지속돼야 한다"며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 학회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책단은 '제1회 코로나19 경기 웨비나(1st COVID-19 Webinar in Gyeonggi)'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치료 경험 공유도 온라인에서

국내외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의료진들 역시 환자 치료 경험 공유를 위해 '웨비나'를 통해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있다. '웨비나'란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로, 웹 사이트에서 행해지는 실시간 혹은 녹화의 양방향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을 일컫는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은 사실상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의료진들의 치료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더 나은 치료법을 모색하는 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전세계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시스템을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 의료진들의 치료 경험을 공유받길 원하는 이들에게 웨비나를 활용해 정보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책단은 지난 26일 '제1회 코로나19 경기 웨비나(1st COVID-19 Webinar in Gyeonggi)'를 개최하고 도 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례들과 관련된 경험을 공유했다.

이날 웨비나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의 진행 하에 김종헌 교수(성균관의대 사회의학교실), 고보람 과장(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내과), 조영재 교수(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가 한 자리에 모여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 코로나19 경증 환자의 임상적 특성 및 중증 환자의 경과와 치료 등을 발표했다. 이날 200여명이 넘는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동시 접속해 논의에 참여했으며 미국은 물론 피지에서도 접속해 다양한 질문들이 오갔다.

김홍빈 교수는 "경기도에서 그간 모았던 자료가 아직 충분하거나 제대로 분석되진 않았지만, 지난 두 달간 경험했던 내용들을 함께 공유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이나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의견이 있다면 이를 현장에 반영하고자 한다"며 웨비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웨비나가 첫 시도인 만큼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책단 역시 수월한 진행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웨비나 마지막에 "연자들이 각자의 방에서 접속하면 진행이 수월하지 않을까 우려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진행했는데, 200여명이 모였음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음 시간부터는 각자의 방에서 마스크를 벗고 맨 얼굴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병원(이사장 이왕준)도 지난 25일과 26일 UN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United 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의 요청으로 ‘한국의 COVID-19 상황에 관한 실제적인 경험’을 주제로 한 웨비나(Webinar)를 2회에 걸쳐 진행했다.

이 웨니바는 전세계 161개국에서 1,359명(1차 105개국 898명)의 재난담당 공무원 및 전문가, UN직원, 관련 학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한병원협회 신종 코로나비상대응실무단장을 맡고 있는 이왕준 이사장은 웨비나에서 'Trace Test Treatment COVID-19 in Korea'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한국의 코로나19 진행 및 대응 상황을 4가지 전략으로 압축, 요약해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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