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자원으로 살펴본 코로나19 ② 눈총 받던 과도한 의료장비 보유, 코로나19에서 빛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의료장비는 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캐너와 인공호흡기다.

CT는 코로나19 치료 시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인공호흡기는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CT 보유대수의 경우 OECD 회원국 간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CT 보유대수는 치명률 등에 어떠한 영향을 줬을까.

OECD가 2019년 발표한 회원국 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CT 보유대수는 2017년 기준 인구 100만명당 38.2대로 OECD 평균 27.8대보다 10.4대나 많다.

또한 CT 보유대수는 2012년 인구 100만명당 36.9대에서 2017년 38.2대로 1.3대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3.0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환자발생 상위 국가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29일 09시 현재 미국에 이어 환자발생 2위 국가이며 치명률이 10%를 넘어선 이탈리아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CT 보유대수는 34.7대로 OECD 평균인 27.8대를 웃돌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 발생 4위이면서 치명률 7.9%인 스페인, 환자 발생 6위이면서 치명률 6.2%인 프랑스의 CT 보유대수는 각각 인구 100만명당 18.6대와 17.4대로 OECD 평균인 27.8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코로나19 환자 발생 5위이면서 치명률 0.8%인 독일, 9위이면서 치명률 1.8%인 스위스 등 비교적 코로나19 치료를 잘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CT 보유대수는 각각 35.1대와 39.3대로 OECD 평균을 넘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보다 환자 수가 적지만 2,0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OECD 국가를 살펴봐도 CT 보유대수가 치명률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9일 현재 확진자 9,762명으로 한국 바로 전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치명률이 6.5%에 이르고 있는데, 인구 100만명당 CT 보유대수는 13.5대로 OECD 평균인 27.8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에 반해 코로나19 환자 7,697명으로 우리나라 바로 다음 환자수를 기록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치명률이 0.9%로 낮은데, 인구 100만명당 CT 보유대수는 28.6대로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

29일 하루에만 환자가 650명이 증가한 호주의 경우 3,143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지만 역시 치명률은 0.4%로 매우 낮은데 인구 100만명당 CT 보유대수가 무려 64.4대에 이른다.

단순비교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은 아닐 수 있지만 치명률이 높은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경우 CD 보유대수가 OECD 평균보다 낮고 치명률이 낮은 한국,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호주 등은 OECD 평균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T 외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공호흡기를 살펴봐도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나라와 낮게 유지하는 나라 간 차이를 알 수 있다.

<OECD국가 중 코로나19 환자 상위국가 CT 보유대수(인구 100만명당, 29일 09시 기준)>

정부가 파악한 우리나라 총 인공호흡기수는 9,823대로 인구 10만명당 19대 정도이며, 유럽에서 코로나19를 가장 잘 관리하고 있는 독일은 인공호흡기를 2만5,000여개, 인구 10만명당 무려 30개의 인공호흡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고성능 집중 치료용 인공호흡기 6만여개와 일반용 인공호흡기 10만여개를 합해 약 16만여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인구 10만명당 48개에 이르는 수치다.

반면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나라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의 경우 해당국가 통계를 살펴보면 이탈리아는 5,000여개로 인구 10만명당 8.3개, 프랑스는 5,000여개로 인구 10만명당 7.7개, 영국은 8,175개로 인구 10만명당 12개 수준으로 비교적 적게 보유하고 있다.

감염전문가 “우리나라 메르스 경험, 낮은 치명률에 영향 줬을 것”

한편 감염병전문가들은 나라마다 코로나19 치명률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장비 확보 외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통한 경험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려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는 나라마다 같은 상황이니 치명률에 여러 가지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 환자 중 무증상자 비율, 20대 환자 비율,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 등과 의료수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CT와 MRI 등 의료장비를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등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민들의 개인위생 수준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관점에서 메르스 사태를 겪은 것이 약이 됐다”며 “메르스 때 선방한 경험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국민들 개인위생 수준 향상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치사율을 볼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겠지만(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자들이 회복되는 단계에서 치명률을 봐야 제대로 된 성적표가 나올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 9,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모두 회복될 때까지 치명률은 방심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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