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자원으로 살펴본 코로나19 ① 병상 부족 OECD 국가들, 코로나19 치명률도 높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9일 9시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미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중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이란,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등의 순으로 많으며, 우리나라가 그 다음이다. 지난 7일까지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2위였지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무섭게 확진자가 늘더니 어느새 11위로 내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수 대비 사망자로 살펴보는 치명률은 나라마다 기복이 심하다.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이란,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은 4~9%의 치명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독일, 스위스 등은 0.8~1.8%대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위(지난 7일 기준)인 상황에서도 어떻게 치명률을 1%대로 유지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들과 달리 코로나19 사태에서 치명률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 제2, 제3의 감염확산을 차단한 점, 전세계가 놀랄 정도의 엄청난 코로나19 진단검사량, 민간의료인을 포함한 의료진들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그동안은 과잉이라고 지적받아 온 병상공급이 대규모 환자를 수용해야 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톡톡히 역할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치명률과 병상수는 실제로 연관이 있을까.

<OECD 국가 중 코로나19 환자 상위 10개 국 병상수 비교(2017년 인구 1000명당 기준, 미국은 2016년, 29일 09시 현재 확진자수 기준)>

OECD가 2019년 발표한 회원국 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총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로 OECD 평균인 4.7개의 2.6배나 된다.

또한 우리나라 총 병상수는 2012년 10.3개에서 2017년 12.3개로 2.0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오히려 0.2개 감소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병상수가 많은 국가는 일본으로 13.1개이며, 그 외 모든 국가는 병상수 10개를 넘지 못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지난 29일 현재 치명률이 10.8%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경우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3.2개로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고, 2012년 3.4개에 비해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 치명률 7.9%로 이탈리아의 뒤를 따르고 있는 스페인 역시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3.0개로 OECD 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치명률 6.0%인 영국은 2.5개(2017년 기준)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빠르게 확진자가 늘면서 치명률 6.5%에 달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3.3개로 조사됐다.

반면 코로나19 환자수 상위 10개 국가 중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유럽에 위치했지만 치명률이 0.8%에 불과한 독일의 경우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8.0개로 OECD 평균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6.0개로 OECD 평균보다는 높지만 치명률은 6.2%를 기록하고 있다.

치명률이 우리나라 1.6%와 비슷한 미국(1.7%), 스위스(1.8%) 등은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각각 2.8개(2016년 기준), 4.5개로 조사됐다.

OECD 가맹국으로 코로나19 환자 발생 상위 10개이면서 치명률이 0~2%로 낮은 국가 중 병상수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미국뿐이다.

급성기 병상수에서도 병상수가 적은 국가에서 치명률이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급성기병상수는 7.1개로 OECD 평균 3.6개를 크게 웃돌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국가들의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수는 프랑스 3.1개, 이탈리아 2.6개, 스페인 2.4개, 영국 2.1개, 네덜란드 2.9개로 역시 OECD 평균인 3.6개에 미치지 못했다.

치명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미국과 스위스의 경우 각각 2.4(2016년 기준)개, 3.6개로 역시 미국만 평균을 밑돌았다.

OECD 통계를 기반으로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분석한 결과, 병상수와 급성기 병상수가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국가는 치명률이 높고, 반대로 OECD 평균보다 높거나 비슷한 곳은 치명률이 낮아 병상수가 코로나19 치명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평상시 우리나라의 경우 병상수와 급성기 병상수가 많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적어도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이처럼 과잉 병상수가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병상수와 함께 의료기관 접근성을 살펴볼 수 있는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도 치명률과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6.6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 7.1회를 크게 웃돈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한 국가 중 치명률이 가장 낮은 독일의 경우도 9.9회로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들 중 치명률이 높은 국가는 이탈리아, 영국 등과 같이 관련 자료가 없거나 스페인(7.3일), 프랑스(6.1일) 등 OECD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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