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모 병원, 환자 1/3로 줄자 의사들 2주씩 돌아가며 쉬기로…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
요양급여비용 선지급 메디칼론 연계 불만 나와…“중소병원 지원 방안 절실” 한 목소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늘면서 급기야 의사는 물론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시행하는 등 지출 줄이기에 나선 병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환자들의 발걸음이 뚝 떨어진 상태에서 의사, 간호사 등의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무급휴가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책에 불과할 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줄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방에서 아동병원을 운영 중인 A원장은 최근 정규직 의사 한 명과 파트타임 의사 한 명에게 무급휴가를 줬다.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의 20%도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A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환자가 80% 가까이 줄었다. 평소의 20% 수준”이라며 “아동병원은 특히 호흡기 환자가 80%다. 그 환자들이 거의 병원에 안 온다”고 전했다.

A원장은 “어쩔 수 없이 직원들에게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쉬라’고 했다”면서 “이마저도 최고금액이 198만에 불과해 직원들에게만 도움이 되고 의사들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원장은 “물리적으로 방법이 없다"면서 "지금은 빚으로 버티고 있다. 나중에라도 회복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달에 몇 억씩 적자를 보는데 과연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B아동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C원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B병원에는 C원장을 제외하고 의사 8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최근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2주간의 무급휴가를 줬다.

직원들에 대해선 4월부터 무급휴가를 주거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원장은 “예년 이때쯤 되면 하루에 보통 300명 정도는 봤는데 올해는 100명 넘기가 어렵다”면서 “의사들을 반으로 나눠 4명은 일하고 4명은 쉬기로 했다”고 전했다.

C원장은 “간호사나 직원들은 4월부터 어떻게 할지 신청을 받고 있다”면서 “3월은 어떻게든 넘기겠는데 4월은 어려울 것 같아서 정부에서 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는 무급휴가를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정부가 중소병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 병원이 72병상인데 한 명까지 입원환자가 떨어졌었다. 그 한 명이 퇴원하면 병동을 어떻게 할지 검토했는데 마침 한 명 퇴원하고 두 명이 입원했다”면서 “어쩔 방법이 없다. 그냥 포기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환자가 줄었으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나가는 급여비도 그만큼 줄고 잉여금도 많이 쌓였을 것”이라며 “신용등급이나 메디칼론을 따지지 말고 우선 중소병원들을 살려놔야 한다. 우리 직원이 70명 정도 되는데 병원이 망하면 다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공단이 가지고 있는 잉여금으로 유연하게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수도권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D원장도 현장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원장은 “정부 정책이 법 테두리 안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현장에는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면서 “요양급여비용 선지급의 경우 메디칼론이 있으면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중소병원 중에 그걸 안 받은 곳이 얼마니 되겠나. 거의 없다. 급여비 선지급은 메디칼론과 무관하게 신청한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심사를 해 지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환자도 안 오고 매출 감소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대부분의 중소병원들은 도산할 것이다. 상식선에서의 지원이 아니라 비상시국인 점을 고려해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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