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제생병원, 혈장투석환자 생겼지만 전원 어려워…“병원들 입장 이해하나 감염병 상황 양해 필요”

분당제생병원에 입원해 있는 A씨는 혈장투석이 필요한 환자다. 긴급하게 혈장투석이 필요하게 됐지만 분당제생병원에 혈장투석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타 의료기관으로 전원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분당제생병원 이력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암 환자인 B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항암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입원을 해야하지만 방역작업으로 분당제생병원 입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타 의료기관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 당했다. 분당제생병원 환자였다는 게 이유다. 어쩔 수 없이 항암치료 일정을 3주 뒤로 미루고 예약일만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분당제생병원 입원환자들의 전원이 어려워지면서 진료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응급 환자 발생 시 조속한 전원이 필요하지만 ‘분당제생병원 환자’라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출처: 분당제생병원 홈페이지)

지난 5일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분당제생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총 42명(의사 3명, 간호사 12명, 간호조무사 9명, 임상병리사 1명, 환자 8명, 보호자6명, 면회객 1명, 공무원 2명)으로 집계됐다.

병원 직원 1,400여명 가운데 540여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이 중 240여명은 2주가 지나 자가격리가 해제된 상태다. 초기 역학조사 과정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던 144명 명단이 누락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가 시행, 방역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은 추가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입원환자 50여명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적 있는 위험환자 그룹과 접촉력이 전혀 없는 안전환자 그룹으로 분류해 환자진료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가격리에 들어간 의료진이 늘어남에 따라 입원환자들 가운데 전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확진자와의 접촉력이 없는 안전한 그룹에 포함되는 환자들도 현재로서는 사실상 전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분당제생병원 박상종 진료부장은 “지금 상황에서 어느 병원도 확진자와 접촉했던 위험환자들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때문에 병원에서도 최대한 이 환자들을 어떻게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진료부장은 “더 큰 문제는 우리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이 발생했을 때 예전(코로나19 사태 이전) 같으면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해서 해결했지만 지금은 전원 자체가 문제 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혈장투석 시설이 없어 전원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는데 어느 병원에서도 받아주려 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 진료부장은 “보건소 측에 응급 환자 전원 문제를 해결해 달라 요청하고 있는데 강제적으로 의료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요원하니 해결할 수도 없다”며 “감염병 상황에서 응급환자들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높아졌다”고 했다.

의료기관 내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 역학조사팀과의 의사소통 문제도 환지진료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병원 방역과 환자 진료를 두고 역학조사팀과 의료진 간 의견 차를 좁혀 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박 진료부장은 “입원환자들을 모두 전원시키려는 게 아니다.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1~2명의 환자들이 다른 곳으로 전원돼 치료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그나마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해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하려고 계획 중인데 역학조사팀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역학조사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며 “역학조사팀에게는 추가 확진자 발생을 막는 게 중요한 과제이고 의료진들에게는 방역만큼 환자진료도 중요한데 의견을 좁혀 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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