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프랑스 연구 알고 있지만 소규모…본격 사용 위해선 엄격한 검증 필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최근 중국과 프랑스 일부 연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국내 환자 적용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지난 2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신종 감염병의 경우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들 중 치료 가능성을 가진 약제들을 검색해 대안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칼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와 클로로퀸이 바로 신약 재포지션닝의 예"라며 "그러나 이런 약제를 환자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프랑스 연구진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 관련) 발표한 내용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연구는 소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엄격하게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설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명돈 위원장은 특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안전성이 이미 검증된 약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말라리아 환자에서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해서 코로나19 환자에서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조금 더 엄격한 디자인으로 시험된 후 국내 환자 사용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앙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동정적 사용으로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권고하고 있는데, 임상 현장에서는 '칼레트라'를 중심으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애초 '클로로퀸'이 권고됐지만, 이 제제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대안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권고됐다.

최근 '칼레트라'가 중증 환자에서 별다른 치료혜택이 없었다는 중국 연구진의 논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확진 환자에서 뚜렷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였다는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이 거의 동시에 발표됐다.

중국 연구진은 시험관내(In Vitro) 연구지만 '클로로퀸'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대한 활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최근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에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비교 평가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해당 임상시험의 연구기간은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의약품안전나라에 공개된 임상시험정보에 따르면, 해당연구는 150명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칼레트라 투여군,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여군, 비투여군으로 나눠 진행되는 오픈라벨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약제의 투여 기간과 용량은 앞서 중앙임상위원회가 권고한 용법대로 디자인됐다. 환자들은 7~10일 동안 '칼레트라(로피나비르400mg/리토나비르100mg)'는 1일 2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400mg을 1일 1회 각각 복용한다.

이 연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그간 해외 연구진들이 코로나19 치료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유효성을 주장하며 제시한 용량과 달리,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장기치료에 사용돼 오던 최대투약용량(1일 400mg)을 기준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 9일 미국감염병학회(IDSA) 학술지 Clinical Infectious Diseases(CID)에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최적화된 용법 예측 및 시험관내 항바이러스 활성(In Vitro Antiviral Activity and Projection of Optimized Dosing Design of Hydroxychloroquine for the Treatment of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연구 논문을 게재하며, 효과적인 용법으로 1일째 400mg 2회 투여 후 2~5일째 200mg 2회 투여를 제시했다.

이들은 총 5일간 첫날만 800mg를 투여하고 이후 400mg을 투여하는 것이 유효성과 안전성 모두를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용법이라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투여가 끝난 5일 후에도 활성도가 10일째까지 지속되는 것이 관찰됐다.

프랑스 연구에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1일 600mg 용법이 사용됐다. 이 연구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여군은 치료 3일째부터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냈으며,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과 병용한 군에서는 5일차 환자 전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PCR 100% 음성률을 나타냈다.

반면 한국의 연구는 최대 6개월 장기 치료에 사용되는 400mg 용량을 그대로 반영해 7~10일간 치료하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류마티스관절염이 아닌 말라리아 급성기 치료에는 성인에서 2일간 최대 2,000mg까지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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