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앞으로 2주 확산세 막는 중요한 시기…‘코로나19 종식’ 불가능 한목소리
상시 방역체계 필요…‘감염대응 진료체제’-‘일상적 환자진료체제’ 듀얼트랙 제안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전세계 대유행(Pandemic)으로 해외유입이 새로운 감염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국내에서도 요양병원, 교회 등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3차 유행에 대비해 현재의 방역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897명이다. 전날 하루 98명이 새로 확진됐다. 이날 하루 대구에서만 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숨져 누적 사망자는 111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이날 0시부터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특별입국절차에서 유증상자는 공항 검역소 격리시설에서, 무증상자들은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 특성 고려한 ‘코로나19 모델링’ 시급

전문가들은 치료제가 개발되기도 전에 펜데믹 상황이 된 만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국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내 코로나19 모델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역대책 등을 고려해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구체적인 전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도, 유럽도, 세계보건기구도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모델링을 한다.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끌고가기 위한 필수조치”라며 “결국 (코로나19 사태는) 백신에 답이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 중국 등이 백신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자국 공급도 부족할 상황에서 우리에게 차례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WHO, 미국, 중국이 뭐라고 하던지 생각하지 말고 우리 발 밑을 봐야 한다. 결국 각자도생인데, 대구·경북 격전을 봐도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 교수는 국내 특성을 고려한 코로나19 사태 모델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코로나19 사태 초반 건강한 사람들은 굳이 병원을 찾지 말고 집에서 쉬라는 취지의 대비책을 내놨다가 최근 실시한 모델링을 통해 사태 심각성을 깨닫고 새로운 전략을 짜듯이 우리도 정확한 상황 인식을 통한 대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탈리아보다는 인구 대비 병상이 많고 의료 질도 낫다.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잘한다. 그래서 이나마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런 구체적인 특성들을 적용해 코로나19 사태 모델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국민, 방역요원, 의료진의 노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2~3개월 넘어가면서 이미 많이 지쳐 있다”며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중장기적인 모델링을 해야 한다. (현 방역대책을 계속 추진하면) 환자가 몇 명까지 생기고 사망자는 얼마나 발생하며, 이를 막기 위해 중환자실, 인공호흡기 등 의료자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예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부에서 이미 모델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며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때 그때 상황이 닥쳐 준비하면 늦는다.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조기종식’은 없다…내후년까지 생각해야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 이왕준 실무단장(명지병원 이사장)은 대구·경북지역을 따로 놓고 생각하면 현재도 전국적으로 지역감염이 완만하게 올라가고 있다며 장기적인 코로나19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이같은 상승세가 3월 말, 4월 초를 거치면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길 기대하지만 설령 4월 말 소강상태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는 올해를 지나 내년, 내후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단장은 “이제 전세계 유행에 따른 해외유입이 새로운 감염원이 될 것이고 산발적인 클러스터 지역감염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설령 치료제가 개발돼도 중증환자에 대한 폐렴 치료제 역할이 주이지 타미플루 같은 약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백신 개발 역시도 난망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펜데믹 ▲미국과 유럽의 폭발적 환자 발생 ▲미국의 비효율적인 의료시스템 ▲남반구의 겨울 ▲아프리카에서의 풍토병화 가능성 등이 코로나19 확산 반복을 불러올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이 단장은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장기전 태세로 국면을 전환하고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앞으로 2주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는 중요한 고비인 것은 맞지만 얼마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열심히 하면 조기 종식이 가능하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바람은 소모적인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며 “끝을 예상하고 전략을 짜면 안된다. 이제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감염병 시대의 ‘뉴 노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 단장은 장기전에 대비한 의료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의료시스템을 장기전 태세로 재편해야 한다. 비상적 기동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진지전으로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며 “그 요체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집중된 비상 역량을 재편해 ‘안정적인 감염대응 진료체제’와 ‘일상적 환자진료체제’가 듀얼 트랙으로 가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권역별 지역별 컨트롤 타워를 재편해 관 주도 방역지휘권과 현장 진료역량이 충돌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중장기전으로 나가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새로운 철학과 창의적 방역전략이 필요하다. 자원과 인력의 선택과 집중, 효율적 배치와 관리를 하려면 결국 의료인들의 헌신과 시민적 참여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장기전 대비해 의료체계 정비

정부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등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최소화에 나섰다. 교회 등 종교시설 중심 점검을 시작으로 향후 2주 동안 행정명령 대상이 되는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에 대한 전면 점검과 집회·집합금지명령 등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이같은 2주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억제하고 이후에는 현재의 방역대책을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해 상시방역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2일부터 15일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층 더 강화해 실천하고 지역사회 감염을 현재 방역과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이를 바탕으로 이후 장기간 유행에 대비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조화를 이루는 생활방역체계로 이행해가는 계획을 실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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