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코로나19 검사실…검사 건수 많을 땐 하루종일 검사 과정 반복

최근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시약)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시초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국산 진단키트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이는 실제 국내에서 공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진단검사법을 다른 검사법으로 오인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현재까지 보건당국이 긴급사용승인한 코로나19 진단시약은 모두 실시간 유전자검출 검사법(RT-PCR)으로, 의심환자의 검체에서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 리보핵산(RNA)을 추출한 뒤 이를 증폭시켜 코로나19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유전자 검출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기자가 찾은 경북대병원 코로나19 검사실은 하루 80~150여건의 검체를 진단하기 위해 2명씩 2교대로 근무한다. 하루 80~150여건은 그마나 확진자가 급증한 2월 말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더욱이 상급종합병원인 경북대병원은 일반 의심자보다는 다른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아온 환자 중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환자, 병원 직원, 입원 중인 중증 코로나19 환자나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환자 등 검사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대구 내 다른 병원보다 검사 건수가 적은 편이다.

최근에는 경북대병원이 담당하는 2개 생활치료센터의 경증 환자 검사를 담당하면서 건수가 다시 늘고 있다.

의심 환자 검체에서 검사에 필요한 정량을 채취하는 모습

이동 중 검체 새어나오는 사고 종종 발생…감염 위험 커져

병원에 도착한 검체는 오직 검사실에서만 개봉할 수 있다. 검체가 개봉되는 순간부터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검체 용기에서 키트로 이동하고, 여러 차례 시약을 혼합하는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검체를 담은 용기 뚜껑이 완전히 잠기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하는 바람에 검체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완벽하게 밀폐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급박하게 검체를 채취하다보니 발생하는 사고다. 이날 16개의 검체 중 한 개의 검체가 새어나왔다.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가 의료진이나 주변 기기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또 검체가 다 빠져나오게 되면 검체량이 미미해 제대로 검사를 할 수 없게 된다.

피펫으로 검사에 필요한 200마이크로리터(㎕)의 검체를 채취한 뒤 추출 시약을 혼합해 핵산 추출 기기에 넣으면 약 25분 만에 RNA가 추출된다. 남은 검체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냉장보관한다. 추출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재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유전자를 증폭시키기 위한 시약을 조성한다. 경북대병원에서는 분자진단 전문 기업 '씨젠'의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를 주로 사용하므로 올플렉스 시약을 추출된 RNA와 혼합했다. 이 시약은 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인 E gene과 코로나19 특이 유전자인 RdRp gene, N gene 총 3종의 유전자를 타깃해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혼합이 잘 되도록 시료 혼합 장비에 돌려주면 PCR 검사를 위한 검체 준비가 완료된다.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 장비

코로나19 타깃 유전자 3종 일부만 검출돼도 '재검사'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 장비(Real-Time PCR Detection System)에 넣고 돌리면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 후 증폭시켜 목표 유전자가 검출되는지를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 약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장비 한 개당 최대 94개를 담을 수 있다.

결과는 씨젠에서 제공하는 코로나19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샘플별로 목표 유전자 3종과 추출 단계에서 인위적으로 혼합한 Internal Control(IC) 검출 여부를 알려준다. IC는 PCR 반응이 잘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IC가 측정되어야지만 유효한 샘플로 간주된다. 만약 IC가 측정되지 않는는다면 재검사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검사 결과표. 타깃 유전자 3종이 모두 검출돼야 양성으로 판정하며, 1~2개 유전자만 검출된 경우 재검사를 실시한다.

목표 유전자 3종이 모두 검출될 경우 코로나19 양성으로 판정한다. 만약 두 개 유전자는 검출됐지만 하나의 유전자는 검출되지 않은 경우 경계구간에 있다고 보고 재검사를 하게 된다.

검체 준비부터 혼합, RNA 추출, PCR까지 모든 단계가 끝나기까지 약 4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는 한 번에 진행되는 검체수가 30개 정도로 많지 않을 때 가능한 시간이다. 하루에 수백개의 검체가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경북대병원 측은 "많을 때는 하루종일 검사실에 있으면서 이 과정을 무한반복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결과를 해석하는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음성이 나오더라도 경계에 걸친 애매한 케이스는 모두 양성으로 보고 재검사를 실시하도록 됐기 때문이다. 최근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사망 후 양성 진단이 나온 사례도 발생한 바 있어 기본적으로 24시간에 걸쳐 두 번 검사를 진행하며, 완전한 음성이 나온 경우에만 격리를 해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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