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사들⑤]"힘들수록 힘 보태야 한다"는 대구파티마병원 김종민 의무부장
'국민안심병원' 운영에 종합검진센터는 ‘호흡기진료소’로 전환…평소보다 외래환자 2배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지난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된 후 시작된 신종감염병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완치된 환자가 수십명에 달하지만, 신천지예수교회와 청도대남병원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의료 인력난이 심각해 군의관, 간호사, 공중보건의사 등이 차출되고 있다. 장기전으로 가면 의료진의 체력소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에 현장에서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을 통해 신종감염병을 극복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2일 기준 오후 2시 기준 4,212명을 돌파했다. 그 중 70%가 넘는 3,146명이 대구에서만 발생했다. 이에 대구·경북지역 의료기관들도 넘쳐나는 환자치료에 모든 의료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도 그 중 하나다. 인근 병원들이 확진환자들로 포화상태가 되자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파티마병원으로 외래 환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지역 내 중소병원과 의원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파티마병원을 찾는 외래 환자 수도 2배 넘게 뛰었다.

파티마병원 ‘호흡기진료소’는 의사환자의 병원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국민안심병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호흡기진료소를 통해 하루 평균 3~4명의 확진환자를 걸러내고 있으며, 지난 주말에만 10명이 넘는 환자가 확진으로 판정됐다.

이에 따라 의료진 충원도 논의되고 있다. 호흡기진료소 외래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탓에 현재 인력으로는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전문의 2명이 투입됐지만, 2명을 늘려 진료에 나설 계획이며 이에 따라 간호 인력도 충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감염병 전시 상황에서도 인력 문제는 풀기 힘든 숙제다. 한정된 인력을 본원과 호흡기진료소, 선별진료소로 분리해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파티마병원 김종민 의무부장은 상황이 급박한 만큼 대구지역 의료기관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파티마병원 상황은 어떤가. 대구지역 간호 인력 부족 소식도 들리고 있다.
파티마병원은 감염병전담병원은 아니지만 응급실을 통해 확진된 환자 2명을 격리해 진료하고 있다. 음압병실이 마련된 병동 전체를 확진환자 진료를 위해 분리해 놓은 상태다. 사실 음압병실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이 감염에 노출돼 있으니 위험한 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다. 늘 부족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확진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그 환자에 노출 됐던 의료진들이 격리되니, 격리된 기간 동안 일손이 부족해져서 그게 문제다.

- 최근 대구·경북지역 내 의료기관들이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운영되면서, 확진환자를 피해 상대적으로 확진환자 수가 적은 의료기관을 찾는 외래환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는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 진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구지역 안에서도 아예 문을 닫은 의료기관들도 생기다보니 진료를 볼 곳이 없어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호흡기진료소 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환자가 얼마나 늘었나.
처음 호흡기진료소를 열었을 때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변 의료기관들이 진료를 줄이는 상황도 한 몫 했지만, 기존 호흡기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한 환자들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환자도 봐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 호흡기진료소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기존 종합검진센터를 호흡기진료소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유증상자들과 일반 외래환자 동선을 분리시켜 감염 위험을 차단했다. 호흡기진료소를 찾은 환자 중 의심환자들은 검체채취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의 경우 선별진료소로 보내 검사를 받게 한다. 하루 40~50명씩 검체채취가 이뤄지는데 지난 주말에만 10명 이상이 확진환자로 판정됐다.

- 앞으로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우선 준비돼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너무 빈약하다. 이런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공공의료가 뒷받침 해 줘야 버틸 수 있는데, 대구만 하더라도 대구의료원을 제외하면 없지 않나. 더욱이 대구의료원도 시설이나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니 말이다. 장기적으로 공공의료를 확충해 국가적인 감염병 사태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되니 힘들다. 대구에 있는 의료기관의 의료진들이 힘을 좀 더 내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