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약 뜰까’⑧ 다케다제약 ‘제줄라’,  BRCA 변이와 관계없이 사용가능한 최초 PARP억제제
1일 1회 편의성↑·gBRCA 변이 환자에도 급여·4차 이상서도 사용 등 장점

세계 최초, 국내 최초, 퍼스트 제네릭 등 제약사가 의약품 출시를 알릴 때 많이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가 ‘최초’다. 이는 의약품 시장에서 선점이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의약품은 환자에게 한 번 처방이 이뤄지면 변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 제품을 내 놓는 제약사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한다. 지각변동을 노리는 ‘후발주자’들은 어떤 약들이 있는지 <’이 약 뜰까’> 라는 코너를 통해 소개한다.

다케다제약 난소암 치료제 '제줄라'.

난소암은 환자의 85%가 재발을 경험하는 등 재발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5년 상대생존율도 64%로, 자궁암(자궁경부 79.8%, 자궁체부 87.5%)이나 유방암(92.7%) 등 다른 여성암 보다 대비도 낮다. 더욱이 난소암은 치료 옵션조차 제한적이다.

2013년 베바시주맙이 난소암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되기 전까지, 난소암 진단을 받으면 선행 수술 이후 항암화학요법 치료만 가능했다.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는 동안은 구토 및 탈모 등 알려진 이상반응의 부담도 컸다.

이러한 난소암 치료 여건을 개선시킨 약제가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다. PARP 억제제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효소인 PARP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도 재발성 난소암 유지요법에서 PARP 억제제를 권고하는 추세다.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미국종합암네트워크)은 재발성 난소암 환자들의 2차 이상 유지요법 시 PARP 억제제를 카테고리 2A로, ESMO(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유럽종양학회)는 카테고리 1A로 권고하고 있다.

2020년 2월 현재, 국내에는 올라파립(제품명 린파자, 아스트라제네카)과 니라파립(제품명 제줄라, 다케다제약) 두 PARP 억제제가 허가를 받았다.

이 중 제줄라는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투여 가능한 최초의 PARP 억제제라는 점에서 린파자에 이은 후발주자임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2차 치료에서 mPFS 연장

제줄라는 NOVA 임상 연구를 통해 gBRCA 변이 환자군에서 위약 대비 약 4배 우수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보였다(제줄라 투여군 21.0개월, 위약 투여군 5.5개월). gBRCA 변이가 없는 환자의 경우, 위약 대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2배 이상 연장시켰다(제줄라 투여군 9.3개월, 위약 투여군 3.9개월).

이러한 유효성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줄라는 2019년 12월 18세 이상의 2차 이상 백금기반요법에 부분 또는 완전반응한 백금민감성 재발성 gBRCA 변이 고도 장액성 난소암 환자 치료에서 보험 급여를 적용 받았다.

같은 시기 제줄라는 이전에 3차 이상의 항암화학요법을 투여 받은 적이 있는 백금 민감성 여부와 무관한 BRCA 변이 양성 환자 또는 백금 민감성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인 재발성 난소암 환자의 단독 치료 요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했다. 이로써 제줄라는 4차 이상 재발성 난소암 치료요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허가된 첫번째 약제가 됐다.

이 적응증 확대의 근거가 된 QUADRA 임상 연구는 이전에 3차 이상 항암화학요법을 투여받은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일군 2상 연구다. QUADRA 연구 결과, 백금 민감성 여부와 관계없는 BRCA 변이 양성 환자와 백금 민감성인 상동재조합결핍 양성 환자들로 구성된 집단에서 제줄라 투여 시 객관적 반응률(ORR)은 24%, 2차 평가변수인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8.3개월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제줄라의 안전성 프로파일 또한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주요 이상 반응은 용량 조절을 통해 관리가 가능했으며, 환자에 맞는 용량으로 감량해도 제줄라의 효능은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줄라는 1일 1회 투여 가능한 첫 PARP 억제제이기도 하다.

대한부인암중개연구회 김재훈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은 “제줄라 출시는 재발이 잦지만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어서 고통받던 난소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며 “제줄라는 생체이용률이 약 73%로 높고, 반감기가 길어(1일 1회(2~3정))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 및 순응도를 높인 약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2차 이상 백금기반요법에 부분 또는 완전반응한 백금 민감성 g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서 급여가 적용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낮췄으며, 4차 이상 치료제로까지 적응증이 확대돼 난소암 환자들의 예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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