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재활병원인 공단 대구병원이 5일만에 감염병전담병원으로 바뀔 수 있던 사연
[코로나19 전사들④]촉이 남달랐던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김봉옥 원장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지난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된 후 시작된 신종감염병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완치된 환자가 수십명에 달하지만, 신천지예수교회와 청도대남병원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의료 인력난이 심각해 군의관, 간호사, 공중보건의사 등이 차출되고 있다. 장기전으로 가면 의료진의 체력소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에 현장에서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을 통해 신종감염병을 극복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대구시 북구 학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앞 마당에 컨테이너가 50개나 설치됐다. 전국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 ‘웬 컨테이너? 병원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공사라도 하는 건가?’ 하겠지만 코로나19 확진환자를 돌보기 위해 김봉옥 원장이 내놓은 극단의 조치였다.

공단 대구병원은 ‘국가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28일부터 코로나19 경증환자를 받도록 돼 있었다. 대구병원이 받아야 하는 코로나19 경증환자는 최대 200명이다.

그러나 공단 대구병원은 재활전문병원으로 원내 음압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사실상 코로나19 등 감염병을 치료할 수 없는 환경의 병원인 셈이다.

음압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자를 치료해야 하는 만큼 의료진과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컨테이너였던 것이다.

이는 재활병원을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김봉옥 원장의 아이디어였다. 김 원장은 컨테이너를 설치해 모든 행정부서를 옮기고, 직원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토록 했다.

대구병원 김봉옥 원장은 28일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병원은 건물이 하나다. 그렇다고 음압시설이 잘 돼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러나 코로나19 확진환자들을 보려면 직원들이 병원 안에 있을 수가 없다. 그때 생각 난 것이 컨테이너였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20개만 해도 될 줄 알았는데 장기전이라고 생각하니 행정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은 물론 의료진 및 직원들의 업무공간, 대기실 및 휴게실 등이 필요하더라. 그래서 다 끌고 나가자 생각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컨테이너가 많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앞 마당에 설치되고 있는 컨테이너 임시사무시설. 당초 20개 정도 설치가 예상됐지만 현재 50개 정도가 설치되어 있다.

음압병상 하나도 없이 어떻게 감염병 치료를?

공단 대구병원은 산재환자들의 재활치료를 위한 전문병원으로, 재활치료에 대한 시설 및 장비는 최고 수준이지만 음압병상은 1개도 없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병원 밖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환자치료를 위한 작업을 하게 된다. 현재 병원은 모두 봉쇄된 상태다. 모든 출입구를 폐쇄하고 현재 1개만 열어놓고 원내 진입은 레벨D 방호복과 고글안경, N95 마스크 등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한 의료진만 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병원은 재활병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내과 전문의도 많지 않다. 현재는 1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 산하 9개 병원과 중앙사고수습본부, 대구시 등에서 의사 31명, 간호사 121명, 병리사 8명, 방사선사 6명 등 166명의 의료인력을 지원 받았다.

김봉옥 원장은 “대구병원은 내과 전문의가 1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산하 병원 및 정부와 지자체에서 공중보건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지원해줬다. 현재 의사, 간호사는 필요인력을 모두 채운 상태”라며 “(대구병원)내과 전문의의 지휘아래 의료진들이 일사분란하게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을 치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곧 내과전문의 1명이 충원될 예정”이라며 “공단 산하 병원 의료진들이 최근 대구동산병원에 자원해 있었는데 그들 중 한분이 대구병원으로 와서 이곳 환자들을 담당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단 대구병원은 28일 오후 2시 50분까지 입원환자 퇴원 및 전원을 모두 마치고 3시부터 코로나19 경증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이날 대구병원으로 이송될 환자는 50명이었다. 그러나 환자이송이 늦어지면서 28일 저녁 8시 현재 대구병원에 온 코로나19 환자는 7명에 불과했다. 김봉옥 원장은 “3시부터 환자를 받고 있지만 50명이 다 들어오려면 밤을 꼬박 새우게 될 것 같다”면서 “추운 날씨에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걱정했다.

일사천리 감염병전담병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던 비결은?

대구병원이 ‘국가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게 지난 23일이다. 하지만 대구병원이 감염병전담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입원해 있는 산재환자들을 조기퇴원시키거나 퇴원 및 가정에서 재활이 불가능한 환자들은 타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한다.

대구병원은 그러나 이같은 입원환자 전원과 병동 업무시설 보강 공사 및 임시사무소(컨테이너) 설치, 전기 및 통신 등 설비 공사 등 모든 조치를 5일만에 해냈다.

일사천리로 감염병전담병원이 가능했던 것 또한 김봉옥 원장의 남다른 촉이 주요했다.

김봉옥 원장은 지난 18일 31번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대구 신천지교회와 청도대남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단 본부에 외래환자를 보지 않겠다고 보고했다. 외래를 차단해야 병원 내 감염을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김봉옥 원장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 충남대병원을 이끌면서 감염병의 병원 내 확산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김 원장은 “메르스 때 경험이 있어서 감이 오더라. 설마설마 했는데 청도대남병원과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가장 먼저 외래환자를 차단하도록 했다. 대구병원 하루 외래환자가 300~350명인데, 보호자랑 오게 되면 600~700명이나 된다. 매번 보던 환자와 보호자들이지만 누가 뭘 뭍여서 오는지 알 수 없다. 입원환자들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생각에 외래를 먼저 차단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입원환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직원들에게도 지금은 외래를 닫지만 병동을 닫게 될 수도 이야기 해왔다. 그러다보니 모두(입원환자나 직원들)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면서 “지난 일요일 대구병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후에는 바로 환자들을 찾아 상황을 일일이 설명했다. 그 때부터 직원들도 여기저기 (환자 전원을 위한)수소문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가능할까 생각했지만 모든 직원들이 발빠르게 움직여준 덕에 환자들의 퇴원 및 전원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귀띔했다.

근로복지공단 강순희 이사장이 대구병원을 방문, 김봉옥 원장과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둘러 준비했지만 곳곳에서 문제도 발생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빠른 시간 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탈바꿈했지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임시사무소로 컨테이너를 설치했지만 정작 컨테이너 내 난방시설이 없었던 것. 곧 3월이지만 저녁에는 날씨가 쌀쌀해 직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원장은 “밤에 추울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전기난방을 하려고 보니 컨테이너 전압에 부하가 걸리더라”라며 “서둘러 난방기를 구하고는 있는데 구해질 때까지는 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코로나19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많다고 했다. 감염병전담병원의 경우 하루 24시간, 7일, 365일 지속적으로 긴장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의료라는 분야의 특성이라고 서로들 위로해주고 있지만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병원장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원장은 “메르스 당시 방호복 입고 땀 뻘뻘 흘리며 음압병상에서 환자를 돌보고 나왔는데 핸드폰 문자에 ‘너희 애들 데려가라’는 문자가 어린이집에서 와 있어 간호사들이 통곡했던 적이 있다”며 “그 때 교육감 만나러 다니고 별짓을 다 했다. 원장이 교육감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간호사들이 눈물을 그치더라”라고 감염병과 맞서 싸우는 의료진들의 애로를 전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특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본부도 있지만 공단 노조 상근자(간호사)들까지 함께 하겠다고 한걸음에 달려와줬다”면서 “전장에서는 정예부대의 사기를 충천하게 해주고, 좋은 무기 주고, 후방에서 적극 지원해주면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지역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나 또한 의료진 등 모든 인력들이 지치지 않도록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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