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K1에 대한 높은 친화도가 차별성…항바이러스제와의 병용요법 가능성도 제기

"바리시티닙, 록소리티닙, 페드라티닙 이렇게 세 후보는 유사한 JAK억제제 효능을 갖지만, AAK1에 대한 높은 친화도와 특히 1일1회 경구 투여 및 허용이 가능한 부작용 프로파일을 고려할 때 바리시티닙이 이들 JAK억제제 중 최적의 치료제임을 시사한다. 또한, 바리시티닙은 약물대사효소인 CYP(cytochrome P450)와의 상호작용이 적어 현재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irect-acting antivirals, DAA)와의 병용 가능성도 높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저스틴 스테빙(Justin Stebbing) 교수는 지난 27일 란셋(Lancet) 'Comment'란을 통해, 베네볼런트 AI가 현존하는 기허가 치료제 중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를 코로나19 치료에 최적합한 치료제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저스틴 스테빙 교수는 지난 4일 란셋 'Correspondence'란에 베네볼런트AI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게재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수용체 매개 내포작용(endocytosis)을 통해 세포 내로 침투한다"며 "따라서 코로나19가 폐 세포 안으로 침투할 때 이용하는 ACE2의 내포작용을 촉진하는 'AAK1(AP2-associated protein kinase 1)'을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베네볼런트 AI의 '지식그래프(Knowledge Graph)'를 활용해 총 378개의 AAK1억제제가 검색되고, 그중 가장 적합한 약물로 '올루미언트'가 도출된 것이다.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의약전문가들은 "긴박한 공중보건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속하게 치료후보군을 검색해낼 수 있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AAK1를 표적으로 한 결정 과정이나 올루미언트가 최적합 약물로 꼽힌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임상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저스틴 스테빙 교수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와 항염증제의 결합(COVID-19: combining antiviral and anti-inflammatory treatments)'이라는 제목으로 올루미언트의 가능성에 대해 추가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그는 "앞서 발표한 연구에서 우리는 일련의 알고리즘을 통해 베네볼런트 AI의 독자적인 AI 기반 지식그래프가 어떻게 표적의 식별과 코로나19에 대항할 잠재적인 치료제 식별을 가능하게 했는지 설명했다"며 "우리는 클라트린-매개 내포작용(endocytosis)을 억제하고 그에 따라 세포의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기승인된 약물 그룹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림. 클라트린-매개 내포작용(endocytosis)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과정(출처 Lancet Infect Dis 2020; published online Feb 27. https://doi.org/10.1016/S1473-3099(20)30132-8.)

이어 "약물 표적은 AAK1 및 GAK를 포함한 NAK(numb-associated kinase) 계열의 구성원이며, 이들의 억제는 시험관 내(in vitro) 시험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구 결과 올루미언트가 클라트린-매개 내포작용의 중추 조절인자인 AAK1에 대해 특히 높은 친화성을 갖는 NAK억제제로 확인됐으며, 이 약물이 적절한 임상시험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에 대응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새로운 병원체인 만큼 시급성을 감안해 지식그래프에서 모든 기승인된 약물의 친화성과 선택성을 재검토해 항바이러스 및 항염증 특성을 가진 약물을 식별했다"며 "이러한 약물은 숙주 염증반응이 폐 손상 및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는 중증의 코로나19 치료에 특히 중요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바리시티닙', '록소리티닙(상품명 자카비)', '페드라티닙(상품명 인레빅)'과 같은 류마티스관절염 및 골수섬유증 치료에 승인된 강력하고 선택적인 JAK억제제들이 최적의 후보로 꼽혔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모두 강력한 항염증제로 JAK-STAT 신호전달을 억제함으로써 코로나19를 가진 사람들에서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사이토카인(감마인터페론 포함) 증가에 대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세 후보 모두 유사한 JAK억제제 효능을 갖지만, AAK1에 대한 높은 친화도와 특히 1일1회 경구 투여 및 허용 가능한 부작용 프로파일을 고려할 때 바리시티닙이 이들 JAK억제제 중 최적의 치료제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유럽의약품청에 등록된 올루미언트의 임상시험 프로그램에 따르면, 4,214명에서 연간 관찰된 주요 부작용이 메토트렉세이트와 유사한 정도의 상기도감염이었으며, 52주 이상 투여 환자에서 대상포진과 같은 심각한 감염 발생률은 연간 환자 100명당 3.2명으로 위약과 비슷했다.

따라서 그는 "코로나19 환자에서 7~14일 정도의 사용은 부작용 측면에서 사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C형간염바이러스, 뎅기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를 포함한 광범위한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낮추는 항암제 '수니티닙(상품명 수텐)'과 '엘로티닙(상품명 타쎄바)'도 후보군에 꼽혔지만, 이들은 AAK1 및 GAK를 억제하는데 필요한 용량을 환자들이 견디기 어려워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맥락으로 록소리티닙과 페드라티닙 역시 클라트린-매개 내포작용에 필요한 효소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허가용량을 크게 초과하며, 허가된 용량으로는 숙주 염증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바이러스 감염성을 낮출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 올루미언트의 경우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치료 용량으로도 충분히 AAK1 및 GAK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흥미롭게도 또 다른 JAK억제제인 토파시티닙(상품명 젤잔즈)은 AAK1의 억제를 나타내지 않았다"며 "NAK에 대한 높은 친화성, 항염적 특성 및 유리한 약동학적 특성과 함께 인터페론 병증과 관련된 만성 염증을 개선하는 효과들이 기승인된 약물들 중 올루미언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올루미언트는 낮은 혈장 단백질 결합력과 약물대사효소인 CYP 및 약물수송체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해 병용요법 가능성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올루미언트는 CYP와의 상호작용이 적어 현재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와의 병용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며 "올루미언트와 항바이러스제의 조합은 바이러스 감염성, 바이러스 복제 및 비정상적인 숙주 염증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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