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성모병원 이혁민 교수 "민간 검사준비 완료돼 있었지만 2주간 요청 없었다"

지난 5월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하고 관련 소식이 의료계에 전해진 후, 진단검사의학계는 긴장했다. 신종플루를 겪으며 신종감염병 사태에서 정확한 진단과 확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터라 준비를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임상미생물학회는 지난 6월 5일 전국 회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관련 교육을 완료했다. 그리고 정부의 검사요청을 기다렸다. 메르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민간에 검사요청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부는 준비가 모두 완료되고도 2주가 지나서야 민간에 검사를 요청했다. 그 사이 학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민관합동 TF를 통해 민간에 메르스 검사 허용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회에서 교육을 준비할 때 실무를 담당했던 국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그 때 정부의 민간검사 허용 시기가 빨랐다면, 향후 메르스 사태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메르스가 사실상 종식된 후로도 시간이 꽤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태 당시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은 것 같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는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패를 했으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현재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나서서 문제에 대해 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학계에서도 초기대응 실패라는 말만하지 이것이 확실히 정부책임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조심스러운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어렵다.

- 책임문제가 명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잘못을 인정해야 반성이 나오고, 반성이 돼야 발전이 있다. 첫 단계에서 문제가 있어서는 안된다. 반성을 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어야 예산에도 반영되는 것인데, 메르스 관련 예산 많이 줄지 않았나. 이게 다 책임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아서 비롯된 것이다.

- 메르스 사태 때 늦어지는 환자 확진이 계속 문제가 됐었다. 이유가 있었나.

학계가 중심이 된 민간은 준비가 돼 있었는데 정부에서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등 관련 학회는 메르스 사태가 터진 후 전국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100여명을 모아서 지난 6월 5일 메르스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감염질환 관련 사태가 터졌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확진을 빠르게 하는 것이다. 우선 확진이 돼야 의심환자를 격리할지 집으로 보낼지 등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르스는 전문가들에게도 생소한 질환이었기 때문에 모아서 교육을 한 것이다. 조금 더 늦어지면 당시 분위기상 많은 사람이 모이기 힘들 것이란 점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하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교육을 하던 때에도 벌써 사람들이 모이기 불가능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었다. 더군다나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100여명을 모은다는 것은 더욱 어려웠는데, 자칫 이 안에서 메르스가 퍼진다면 전체적인 진단체계가 멈춘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회에서 자체적으로 빠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렇게 민간에서는 메르스 검체를 처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민간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는데 정부에서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학회에서 마련한 교육을 통해 인력에 대한 준비를 마쳤고, 메르스 검사에 필요한 장비도 지난 신종플루 사태를 겪으면서 대부분 의료기관이 갖춘 상태였다. 진단시약에서 약간 문제가 있었는데, 국내 업체들이 메르스 진단시약을 개발한 상태였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국내에 메르스 환자가 없었으니 승인받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경우 질병관리본부나 식약처가 나서 긴급승인 형태로 진행했으면 문제없는 상황이었고 시약 분량도 충분했다.

- 정부에서 민간에 검체 검사를 요청한 것은 얼마나 늦었나.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에 검사를 요청한 것이 기억으로는 6월 12일경이고, 실제 검사가 시작된 것은 15일부터였다. 메르스 첫 환자가 나온 후 거의 한 달 후다. 민간에서 교육 등 준비를 마치고 나서도 2주 정도 흐른 뒤였다. 신종감염병에서는 진단이 중요한데 아까운 시간을 2주나 소비한 것이다.

- 민간 검사 참여가 늦은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메르스 환자가 한두명이고 질본에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질본에서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통제권을 넘어섰을 경우 검사권을 풀었어야 했다. 질본에서 70명을 검사에 투입했다고 하는데, 이러니 질본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질본이 검사에 힘을 쏟고 있는 사이 정작 해야 하는 일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진단이 늦어진다는 것은 의심환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메르스 걸리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검체를 가져가 놓고 며칠 동안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한 환자들은 여러 의료기관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자가 더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메르스가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

- 여러 민간검사기관으로 검체가 오가는 사이 사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생물안전등급에 따른 메르스 검체의 등급은 2등급이다. 1~4등급이 있는데, 에볼라 등이 4등급이다. 2등급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미생물 정도의 위험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 메르스 검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메르스의 경우 검체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호흡기 바이러스라서 검체가 객담인데, 뱉는 순간 바이러스가 나온다. 원래는 좁은 공간에서 할 일이 아니었다. 열린 공간이나 별도의 공간에서 했어야 하는데, 대학병원급에는 이런 교육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보건소 등은 안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체 채취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검체를 채취해 검사실에 오면 하나 처리하는데 3~4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몇 개를 묶어서 검사를 하니까, 큰 병원에서는 하루에 4~5번 정도 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 24시간이면 6시간 간격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니까 0시부터 6시까지 모인 검체를 6시에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검체가 검사실에 온 시간에 따라 최대 10시간에서 4시간까지 걸린 것이다. 그래도 하루안에 결과는 나온다. 검사에 5일씩 걸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 그렇다면 질본에서는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인가.

만약 대전에서 검체를 채취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하나의 검체를 바로 이송하는 게 아니라 몇 개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그렇게 모이면 질본이 있는 오송으로 이동을 하는데, 질본에 도착해서도 장비에 한계 등으로 인해 또 검사가 늦어졌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며칠씩 걸리게 되는 것이다.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일을 한 것이다.

- 진단검사 전문가 입장에서 하루하루 많이 답답했겠다.

실제 정부가 민간에 검사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학회 내에서 말이 많았다. 학회 이사장이 당시 민관합동 TF에 소속돼 있어서 이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했음에도 민간기관에 검사가 허용된 것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2주나 늦은 것이다. 이는 엄청난 문제다. 질본에서는 민간에서 사용하는 시약을 믿을 수 없다거나, 시약 공급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시 국내 한 회사가 보유한 시약만 하루 3,000명 분이었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다.

- 민간검사 허용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첫 환자 확진에 10일 걸렸다는 점을 이야기 하면 너무 늦었다고 하는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2차 감염자에 대한 확진 역시 9.5일로 첫 환자 확진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2차 감염자에 대한 확진이 늦은 이유 중 하나는 처음에 메르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파범위를 좁게 잡았던 것도 있지만, 초창기 질본이 모든 검사를 하려다가 검사가 늦어진 것도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확진이 늦어지니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을 찾고, 그 과정에서 3차, 4차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 민관합동 TF를 통해 민간에 대한 검사 허용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TF는 국가방역체계를 잘 알고 정책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위원장이 돼야 한다. 당시 TF 공동위원장이 장옥주 차관과 김우주 교수였는데, 장 차관은 정책 결정에 책임은 질 수 있지만 국가방역체계에 대해 잘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특정 과에서 위원장을 맡으면서 TF에 참여한 전문가집단이 서로 공평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특히 각 전문가 집단이 보는 시각이 달랐을 수 있다. 감염내과가 보는 시각은 진단검사 측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다.

-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온다면 어떤 TF 구성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신종감염병에 대응하는 TF를 상설화해야 한다.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바쁜 유명인들로 구성할 것이 아니라 실무를 할 수 있는 전문가로 구성해 두달에 한번 등 정기적으로 만나 전세계 신종감염병 상황을 체크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나서 논문 몇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국내에 유입됐을 때 상황을 상정해 현실적인 대비책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참여 전문가들이 실제 일을 할 수 있게 보상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메르스 관련 여론이 식은 상태에서 이런 소리를 하면 돈이 아깝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이겨내고 지금 준비해야 한다.

- 늦었지만 민간에서도 메르스 검사를 했다. 수가를 줘야 할텐데.

이와 관련해 현재 질본과 대한병원협회 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검사수가는 15만원으로 정해졌는데, 질본에서 모든 검사를 인정할 순 없다고 해서 갈등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말이 안된다.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 3차, 4차 감염자까지 나와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환자도 몇몇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심환자가 나오면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진단과 관련해서는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 질본은 심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아직 어떤 기준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학회에서 파악하기로는 이번에 민간에서 한 메르스 검사가 4~5만건 정도다. 건당 15만원이니까 질본에서는 검사비가 비싸다는 말도 하는 것 같은데, 4만건이 다 인정돼도 60억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입은 경제적 손실이 20조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껌 값이다. 애초에 민간에 검사를 허용해 확진시기를 줄였다면 피해는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 신종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향후 의료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나.

원인 모를 중증감염환자에 대한 감시체계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평상시 환자가 병원에 가면 원인을 찾기 보다는 일단 약을 준다. 나으면 다행이고 안나으면 더 큰 병원으로 간다. 감염질환은 이러면 안된다. 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병원에서 감염 관련 검사를 하면 수가를 삭감하니까 병원입장에서는 안하게 된다. 이게 큰 문제다. 평상시에도 중증감염질환의 원인을 찾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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