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김신곤 당뇨센터장,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 변화 및 약제별 이슈 조언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이다. 특정 당뇨병 치료제가 모든 환자에게 특효약은 아니다. 개별 환자에 어울리는 좋은 약이 있을 뿐이다. 누구에게 도움이 될 지는 '예술(art)'의 부분이다. 당뇨병 전문의는 단순히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올해 초 새롭게 개정된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대안암병원 김신곤 당뇨센터장은 이같이 답했다.

수많은 가이드라인이 제시하고 있는 임상 데이터에만 매몰되지 말고 그 수많은 근거들이 '정말 내 환자에게 적절한지, 가치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는 김신곤 당뇨센터장을 만나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 개정 내용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및 약제별 이슈, 개원의를 위한 조언 등을 들었다.

고대안암병원 김신곤 당뇨센터장

-올해 초 미국당뇨병학회가 '당뇨병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 기존 가이드라인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전 미국당뇨병학회, 유럽당뇨병학회의 가이드라인 경향은 '어떤 약이든 장단점이 있으니 이를 고려해 사용하라'였다. 이후 2019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전과 달리 '이런 경우에는 이런 약제를 사용하라'는 강한 지시사항이 담겼다.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심부전 또는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저혈당 위험이 있는 경우, 체중 감소 요구가 있는 경우, 가격 부담 문제가 있는 경우 등 경우에 따른 약제를 제시한 것이다.

특히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은 생활습관 개선 후 '메트포르민' 치료를 권고하고, 목표혈당에 도달하지 못한 심혈관질환 환자에서는 'SGLT-2억제제' 또는 'GLP-1유사체'를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메트포르민'을 1차 치료약제로 권고하지 않고, 처음 당뇨병을 진단 받은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SGLT-2억제제' 또는 'GLP-1유사체'를 먼저 사용하라고, 기존에 '메트포르민'을 사용하고 있던 환자라면 'SGLT-2억제제' 또는 'GLP-1유사체'를 추가(add-on)하라고 권고했다.

올해 업데이트된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은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 범위를 더 넓혀 '심혈관질환이 있는 혹은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 'SGLT-2억제제' 혹은 'GLP-1유사체'를 우선 권고했다. 이처럼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포함시킨 것은 DECLARE 연구 결과를 주요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선 심혈관질환 기왕력 있는 환자에서는 주요심혈관사건(MACE) 감소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SGLT-2억제제만 권고하고 있다. DECLARE 연구 결과로 환자 범위가 늘어난 것인데 정작 '다파글리플로진'은 여기서 제외되는 것인지.
사실 DECLARE 연구로 인해 가이드라인이 변화한 것이다.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EMPA-REG, CANVAS 연구에 근거한 우선(preferred therapy) 권고사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내용으로 추가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EMPA-REG 연구는 전혀 답을 내지 못했으며, CANVAS 연구 역시 대상 환자의 3분의 2 가량이 심혈관질환자였기 때문에 효과에 대해 완벽하게 말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에 해당하는 내용은 '다파글리플로진'에, 이를 제외한 MACE 감소 부분은 '엠파글리플로진', '카나글리플로진'에 각각 해당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DECLARE 연구에서 MACE를 감소시키지 못한 것이 '다파글리플로진'이 다른 약제 대비 효과가 떨어지지 때문은 아니다. DECLARE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여부에 따라 환자군을 나눠서 봐도 MACE를 의미 있게 줄이지 못했는데, 우리는 여기서 대상 환자의 사구체여과율(eGFR) 기저치가 85.4 ml/min/1.73 m2였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심혈관질환 사건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위험요인이 바로 신장질환으로, 이를 동반할 경우에는 심혈관사건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EMPA-REG, CANVAS 연구에 비해 심혈관질환 기왕력이 적다 할지라도 절대적인 사건 발생률(event rate)이 작기 때문에 차이가 희석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비슷한 모집단이라 하면 당연히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 DAPA-HF 연구다. DAPA-HF 연구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은 당뇨병이 없는 환자가 모집단의 60%였는데도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CV mortality)을 의미 있게 줄였다. 이것은 놀랄만한 데이터다. 결국 DECLARE 연구는 모집단의 차이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런 점들 때문에 '다파글리플로진'이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 권고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 관련해 내분비내과 전문의 사이에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메트포르민을 건너뛰고 곧바로 SGLT-2억제제 혹은 GLP-1유사체를 사용하는데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적으로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 대한당뇨병학회 학술대회에서 메트포르민 1차 치료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RCT) 연구를 봤을 때, 베이스라인으로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는 환자가 포함되는 경우가 50~60%로 많지만,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장 규모가 컸던 DECLARE-TIMI 58(이하 DELCARE) 연구에서도 약 80% 환자가 메트포르민 치료를 받고 있었고, 나머지 20%는 그렇지 않았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사용하는 이유는 관련 근거가 강력해서가 아니다. 메트포르민이 심혈관질환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근거는 실제로 빈약하다. UKPDS 연구에서도 메트포로민을 사용한 환자는 전체 4,000여명 중 20% 미만으로, 요즘 관점으로 보면 대규모 RCT 연구가 아니다. 그 이후 더욱 강력한 대규모 RCT 연구 근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메트포르민은 굉장히 오래된 약제이고, 효능 대비 위험 프로파일이 분명한 약제이며,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1차 약제로 쓰이는 것이다.

이같은 이점들로 메트포르민을 우선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심혈관질환 또는 심부전이 있는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을 우선 사용하고 조절이 어려울 경우 SGLT-2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준 것이 DAPA-HF 연구다. DAPA-HF 연구는 당뇨병이 없는 환자가 전체 대상군의 60%를 차지하며,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는 환자는 약 50% 정도였다. 그 결과 다파글리플로진이 심부전 환자들에서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hHF) 및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CV mortality)을 모두 의미 있게 줄였다.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특히 심부전이 있는 환자에서는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이 아니라 SGLT-2 억제제를 우선 사용해야 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최근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초기에 병용요법이나 인슐린 투여를 허용하는 등 초기에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변화 중이다. 하지만 국내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순차적인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이번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초기 집중 치료(early intensive therapy) 내용이 포함됐는데, 메트포르민과 빌다글립틴을 대상으로 한 VERIFY 연구 결과가 인용된 것이다. 이 연구를 보면 신규 당뇨병 발생 환자 중 당화혈색소 7.5% 미만인 환자들에게 메트포르민 단독요법과 메트포르민∙DPP-4 억제제 병용요법을 투여해 4년 정도 연구를 진행했더니 초기 병용요법군에서 치료 실패율이 더 낮고 오랜 기간 혈당을 유지하는 효과도 있었다. 다만 당화혈색소 7.5% 이상에서는 결과를 알 수 없어 그레이 존(gray zone)도 존재한다.

미국심장학회(AAC) 가이드라인에서는 당화혈색소 9% 이상일 경우 병용요법을 권고하는데, 당화혈색소가 7.5~9% 사이일 경우는 아직 근거가 미비해 국내에서 직접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연구는 당화혈색소 8% 이상인 신규 당뇨병 발생 환자에서 초기부터 '직듀오(메트포르민∙다파글리플로진)∙DPP-4 억제제' 3제 병용요법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3제 병용요법과 초기 단독요법 또는 2제 병용요법을 2년간 직접 비교(Head to Head)해 치료 전략을 탐색한다. 당화혈색소 8% 이상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근거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특히나 2년 동안 진행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3월에 환자 등록이 끝나면 연구 종료 후 발표까지 3년 정도가 걸릴 것이며, 앞서 말한 것처럼 그레이 존이기 때문에 국내 가이드라인 반영까지도 그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김신곤 당뇨센터장

-최근 국내에서 '다파글리플로진'과 '피오글리타존' 병용이 허가됐다. SGLT-2억제제와 티아졸리딘디온(TZD) 제제의 조합에 대해 평가한다면.
TZD와 SGLT-2억제제는 두 가지 약제가 가진 장점들을 극대화하는 조합으로 상호보완하는 관계다. SGLT-2억제제는 심혈관질환, 특히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hHF)을 줄이는 장점이 있고, 피오글리타존도 심혈관질환을 줄이는 약제다. PRO-ACTIVE 연구에서 결과만 보았을 때 피오글리타존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1차 평가변수가 여러 가지였기 때문에 3-POINT MACE 또는 4-POINT MACE로 평가하면 감소 달성을 충족했다. 또 IRIS 연구에서는 당뇨병 전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피오글리타존이 기존 뇌혈관질환이 있었던 환자, 뇌졸중이 있었던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을 줄여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심혈관질환 예방 연구는 전부 당뇨병 유병기간이 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인데, 피오글리타존은 당뇨병 초기 혹은 당뇨병 전단계에서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피오글리타존은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을 줄인 것으로, 여타 당뇨병 치료제와 기전이 다르다. 현재까지 나와있는 DPP-4억제제, SGLT-2억제제, GLP-1유사체 등은 죽종용적비율(Percent atheroma volume, PAV)을 사람에서 줄인 데이터가 없지만, 피오글리타존은 PERISCOPE 연구 데이터가 있다. 피오글리타존은 항동맥경화 효과가 있는 약이고 반면에 SGLT-2 억제제는 체액량을 감소시켜주고 대사(metabolism)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위 심부전∙신부전에 좋은 약제다. 두 약제는 서로 다른 기전으로 심혈관질환을 줄일 수 있어 병용요법이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피오글리타존이 가지고 있는 단점인 체액저류(fluid retention)를 SGLT-2억제제를 통해 줄여줄 수 있으며, TZD 부작용인 체중 증가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적응증 업데이트는 매우 반가운 일이고 이 조합에 보험 적용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연구 결과들도 빠르게 발표되고 있다. 개원의들에게 가이드라인 및 임상 근거 해석에 대해 조언한다면.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이다. 소위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닌 것이다. 개인적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너무 임상 데이터에만 휘둘리지 말라고 하고 싶다. EMPA-REG 연구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면 약 15% 환자에서만 적용 가능하다. 내가 보는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EMPA-REG 연구 결과가 적절한 데이터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DECLARE 연구 또한 EMPA-REG 연구보다 훨씬 더 확장되긴 했지만 이 역시 55세, 60세에서 심혈관 위험요인 한 가지 이상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보면 달라진다. 내 환자가 실제 이 연구에 해당하는 대상군(inclusion criteria)인지를 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치'에 대한 평가다. 수많은 근거들 중 그것이 정말 내가 맡은 환자에게 적절한지, 가치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이것이 의사들의 역할이다. 이에 어려움을 느끼는 개원의분들은 학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 연구 결과가 내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시면 좋겠다.

특정 당뇨병 치료제가 모든 환자에게 특효약은 아니다. 개별 환자에 어울리는 좋은 약이 있을 뿐이다. 승인된 모든 약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약제이기 때문에 승인된 것이고,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예술(art)'의 부분이다. 당뇨병 전문의는 단순히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이 환자의 혈당 조절이 어려운 것이 좋은 약을 쓰지 않아서, 약을 복용하지 않아서만이 아니라 생활습관 등 영향을 주는 요인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당뇨병과 관련 없는 개인적 사건들이 혈당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병력 청취(history taking)뿐만 아니라 'story taking'을 하고, 그 속에서 이 환자에게 어울리는 약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어떤 약이 적절할지 함께 공유해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여러 권고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공동의사결정(shared decis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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