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특정 지역, 집단 비난 지역사회 감염 차단 전혀 도움 안돼”
김현수 교수 “비난하거나 노여워 말고 인정하고 수용하며 함께 방안 찾아야”

“혹시 신천지세요?” 단골 약국에 들어서자마자 약사가 건넨 말이다. 단골손님에게 던진 농담이지만 요즘 2~3명만 모이면 다들 “그놈의 신천지 때문에~”,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슈퍼 전파지가 된 신천지예수교회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특정 집단이나 단체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이는 숨어있는 감염자들을 더 숨게 만들 수 있다며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칫 숨어있는 감염 우려자들로 정부 방역 정책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오후 5시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는 433명으로 이들 중 352명이 대구·경북에서 발생했으며, 신천지예수교회와 관련 환자만 231명에 달한다. 전체 확진자 433명의 절반 이상(53.3%)이 신천지예수교회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대구시, 신천지 대구교회 협조를 통해 대구지역 신도 약 9,334명의 명단을 모두 확보했다. 이 중 22시 12시 기준으로 ‘증상이 있다’고 답한 인원은 1,261명(13.5%)이며, ‘증상이 없다’고 답한 인원은 7,365명(78.9%)이다.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인원이 710명(7.6%)으로 이들 중 추가 의심증상자가 있을 수 있다.

슈퍼 전파지로 대구 신천지예수교회가 지목되면서 주위 사람들의 비난 등이 두려워 코로나19 확진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교인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신천지를 탓하고 대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라며 “신천지에 대한 감정은 이해가 되지만 적개심은 금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그들에게 적개심을 보인다면 그들은 더 숨어들려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서울시 감염재난 심리지원 홍보단장)교수도 “지역사회 감염 확산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은 빠른 시간에 감염이 차단될 강력한 조치를 원하면서 혐오감과 함께 분노의 대상을 찾기도 한다”면서 “비난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차분하게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공포 관련 행동이 늘어나면서 불안이 한꺼번에 높아지기도 한다”면서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의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잔소리가 늘고 모든 가족들이 같이 모여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지면서 자녀를 포함한 다른 가족 성원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 등교나 모임 등이 취소되고, 연기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자녀 돌봄이나 시간사용에 부담이 커지고 이로 인한 불편이 생겨서 걱정이 늘어나면서 정부 정책이나 제공되는 정보에 대해, 치료 및 백신 등에 대해 다른 정보가 있지 않나하는 불신이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은 마음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 변화인 만큼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일이라고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다같이 좋은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감염자, 접촉자, 격리자들은 신체적 불편과 함께 공포, 불안감, 죄책감, 분리불안이 더 크고 힘겹게 생길 수 있다”면서 힘이 들더라도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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