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부검 후 생검으로 특징 살핀 증례보고 ‘란셋’에 발표
“폐·간 손상, 사스·메르스 증상과 매우 유사…중증환자 적기 치료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중증 환자의 병리학적 보고가 처음 나왔다. 부검으로 생검 샘플을 확보해 병리학적 특징을 살펴본 결과, 사스(SARS)와 메르스(MERS)가 보이는 양상과 매우 유사했다.

중국인민해방군총병원(PLA General Hospita) 연구진은 1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증례보고(Pathological findings of COVID-19 associated with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를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발표했다.

증례보고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부터 12일까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다녀온 50세 남성은 14일(발병 1일) 오한과 기침 증상을 보였지만 병원을 찾은 건 일주일 뒤인 21일(발병 9일)이다.

입원 당시 이 환자는 발열과 기침, 오한, 호흡곤란 증상이 있었으며, 흉부 엑스레이(X-ray)에서 양쪽 폐에 불규칙한 그림자가 여러 개 보였다. 검체를 채취해 1월 22일 베이징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실시한 rRp-PCR 검사 결과, 코로나19로 확진됐다.

[Figure 1] Timeline of disease course according to days from initial presentation of illness and days from hospital admission, from Jan 8–27, 2020(출처: 란셋 증례보고)

환자는 즉시 격리병동에 입원했고 마스크를 통한 산소치료를 받았다. 또 하루에 두 번씩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interferon),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라토나비르(ritonavir)를 조합한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Kaletra)를 투약했다. 또 1일 1회 항생제인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도 복용했다. 호흡곤란과 저산소혈증이 심각해져 매일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을 정맥 내 투여해 폐 염증을 완화시켰다.

환자는 이같은 약물을 복용한 후 체온이 39℃에서 36℃로 내려갔지만 기침과 호흡곤란, 피로감은 개선되지 않았다.

발병 12일째 촬영한 흉부 엑스레인에서 양쪽 폐에 점진적인 침윤과 그림자가 보였다. 또 폐소공포증이 있는 환자가 인공호흡기 착용을 거부해 HFNC(high-flow nasal cannula) 산소치료를 진행했다.

발병 13일째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지만 산소포화도는 95% 이상으로 유지됐다. 발병 14일째(1월 27일) 오후 저산소혈증과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되면서 HFNC 산소치료에도 산소포화도는 60%로 떨어졌다. 환자는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켰으며 결국 사망했다.

[Figure 2] Pathological manifestations of right (A) and left (B) lung tissue, liver tissue (C), and heart tissue (D) in a patient with severe pneumonia caused by SARS-CoV-2(출처: 란셋 증례보고)

의료진은 이날 환자의 폐와 간, 심장에서 생검 샘플을 채취한 후 조직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세포섬유화로 인해 양쪽에 미만성 폐포 손상(diffuse alveolar damage)이 보였다(Figure 2 A,B). 오른쪽 폐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Adult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 증상(Figure 2 A)이, 왼쪽 폐 조직에서는 폐부종(Figure 2 B)이 나타났다.

폐와 함께 간 조직이 손상된 모습을 보였지만 심장에는 특별한 손상이 없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병리학적 특징은 사스와 메르스에서 나타나는 감염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며 “이번 임상·병리학적 소견은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코로나19 관련 폐렴 원인을 새롭게 이해해 중증 환자를 적기에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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