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D 보호구 입고 1명 검체 채취하는데 30분 이상 걸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 급증으로 검사량이 늘면서 검체 채취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필요한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rRT-PCT(Real time 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 기관을 47개소에서 80개소로 확대하고 검체 채취 기관도 407개소에서 443개로소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루 검사량은 5,000명에서 1만명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검체 채취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검체 채취를 하려면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음압시설이 갖춰진 장소에서 진행해야 한다. 감염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설을 갖춘 곳이 많지 않고, 의심환자 1명의 검체를 채취하는데 최소 30분은 걸리기 때문에 정체현상이 발생한다. 일선에서는 의료진 감염 우려로 인해 메르스(MERS) 때처럼 레벨D 수준의 보호장구를 입고 검체를 채취한다. 현재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는 하기도(가래)와 상기도(코와 입)에서 채취한다.

코로나19 검체 채취는 위해 레벨D 보호구를 입고 음압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이뤄진다. 왼쪽 사진은 레벨D 보호구를 입은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교수 모습, 오른쪽은 보건소에 있는 결핵 채담실(출처: 엄중식 교수 발표자료).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우려로 검사 요구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방식대로 검체를 채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엄중식 정책이사(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는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 “검체 채취 기관이 부족해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대한병원협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 공동으로 마련됐다.

엄 교수는 “검체 채취는 안전한 환경에서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그런 환경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며 “보건소가 결핵관리를 위해 도입한 채담실을 이용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채담실은 음압장비가 갖춰져 있어 의심환자가 들어가서 가래를 뱉을 수 있다. 하지만 코에 스틱을 깊숙이 넣어 점막을 긁어내는 상기도 검체는 채취할 수 없다. 또 가래가 없는 환자는 이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결국 레벨D에 양압기까지 갖춘 개인보호구를 입고 검체를 확보한다”며 “환자 1명의 검체를 확보하고 나면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검체를 받고 새 옷을 입은 다음 다른 환자를 응대하려면 30분 이상 걸려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검체 채취 방법에 대한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사스(SARS)나 메르스(MERS)보다 전염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이 낮기에 레벨D 수준의 보호장구를 갖출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검체를 채취했을 때처럼 레벨D수준의 보호장구가 아닌 가운과 장갑, 마스크, 고글 정도를 착용하도록 한다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며 “의료진 감염 우려 논란이 있지만 메르스 수준에 맞춰진 대응 지침을 코로나19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원급 의료기관은 검체 채취 자체가 불가능하다. 장소 확보도 어렵고 확진자가 나오면 대체인력이 없기에 의원을 폐쇄해야 한다”며 “이런 곳들을 위해 검체 채취를 위한 이동팀을 구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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