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할 수 없는 요양병원들, 원인불명 폐렴 환자는 전원
“원내 폐렴이 대부분”…요양병원 폐렴 환자 안받기로 한 병원도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요양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외부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면회 제한, 중국 출신 간병인 근무 제외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장기전에 돌입하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인불명 폐렴 환자 관리도 녹록치 않다. 요양병원들은 원인불명 폐렴 환자가 생기면 코로나19 진단검사가 가능한 종합병원 등으로 전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종합병원에서는 원내 감염을 우려해 요양병원 폐렴 환자를 받지 않기로 내부지침을 정해 현장에서 혼란도 예상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폐렴 환자는 대부분 원내 폐렴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급성기병원과 다르게 감시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며 “간병인이나 면회객이 들어와서 (코로나19)를 퍼뜨리는 상황을 막아야 하고 그걸 어떻게 감시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전국 1,470여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종사자의 중국 등 특별입국절차 대상지역 여행 이력 ▲여행 이력 종사자의 업무배제 여부와 배제되지 않은 종사자 명단 ▲입원 환자 중 폐렴 환자 여부 및 조치 내용 ▲면회객 제안 여부 등을 점검했다.

요양병원들은 코로나19 외부 유입 차단을 위해 면회 금지, 중국 출신 간병인 업무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외부 유입 차단에 주력하는 요양병원들…“원인불명 폐렴은 전원”

요양병원들은 현 시점에서 입원해 있는 폐렴 환자는 이미 원인이 밝혀진 상태이기에 외부 유입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에 오는 폐렴 환자들은 대부분 대학병원 등 다른 병원에서 진단받고 치료를 받다 온 환자들”이라며 “고령 환자들이 많다보니 입원하는 동안 폐렴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원내에서 생긴 폐렴이기 때문에 배양검사 등에서 세균성이나 흡인성 폐렴으로 진단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만약 배양검사 등을 통해 진단이 되지 않고 바이러스성이 의심된다면 대학병원 등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외부 유입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폐렴 환자 안받는다”는 병원들 생겨

하지만 일부 종합병원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면서 내부적으로 요양병원 폐렴 환자를 받지 않기로 방침을 결정한 상태여서 전원 과정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 코로나19 환자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서 부담이 크다. 조금이라도 애매한 환자가 오면 무조건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로 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를 격리해야 하는데 그 공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자가격리하라고 안내하고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양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하거나 검사하지 못하는 폐렴 환자를 전원하겠다는 요청이 많이 온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 요양병원에서 들어오는 폐렴 환자 전원 요청을 당분간 받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원내 폐렴이 대부분…무조건 코로나 의심해 안받는다는 건 말도 안돼” 비판

요양병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건만 발행하면 요양병원이 문제라는 식으로 매도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그 어떤 의료기관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늘푸른요양병원 박종안 이사장은 “현재 입원 환자 150명 중 폐렴 환자는 1명, 패혈증 환자는 3~4명 정도다.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며 “병원 내에서 자생적으로 생기는 폐렴 환자는 별 문제가 없다. 이런 폐렴 환자들은 보호자와 상의해서 대학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바이러스성 폐렴은 요양병원이 감당할 수 없기에 더 큰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며 “요양병원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폐렴 환자를 코로나19 의심 때문에 받지 않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럼 종합병원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전 돌입 시 간병 인력난 우려도…“간병인제도화해야”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들은 1월 중순부터 중국 출신 간병인을 관리했고 춘절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자제시켰다”며 “중국에 다녀온 간병인은 2주간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비자 발급을 이유로 중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부에 건의해 국내에서 비자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 화재 사건 등으로 인한 후폭풍을 경험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호자들의 불만이 크지만 면회도 중단시켰고 출입구에 직원을 배치해 24시간 방문객을 관리하고 있다”며 “인력 지원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손 회장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간병 인력 대란이 올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요양병원 간병인 제도화로 요양보호사 유휴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국내 요양보호사 중 96만명 정도가 쉬고 있다. 간병인을 제도화하면 중국 간병인을 쓰지 않고 유휴 요양보호사를 고용할 수 있다. 간병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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