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발표 후 국내 전문가 의견수렴도 안 해 …국내 시판후조사에선 암 발생 보고 없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암 발생 위험을 이유로 일동제약에 비만약 '벨빅'에 대한 자진회수를 권고했지만, 국내 시판후조사(PMS)에서는 암 발생 보고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에 대한 식약처의 자진회수 권고는 온전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결정에 근거해 이뤄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1월 미국 FDA의 안전성서한 배포 이후 식약처 역시 일동제약에 CAMELLIA-TIMI 61 연구 자료를 요청했지만, 자료를 받기도 전에 미국 FDA가 에자이에 벨빅의 자진회수를 권고했다"며 "이에 식약처도 일동제약에 판매중지 및 회수를 권고했으며, 일동제약이 이를 받아들여 자진회수하는 쪽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식약처는 임상연구 자료에 대한 분석이나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없이, 미국 FDA의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여 일동제약에 벨빅 회수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벨빅의 국내 시판후조사에서 유사한 암 발생에 대한 보고가 있었는지에 대한는 질문에, "PMS는 초기 2년간 6개월마다, 이후에는 매년 1회씩 이상반응 및 중대한 이상사례를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중간 결과이지만 지금까지 벨빅에 대한 암 발생 보고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추후 식약처가 요청한 임상연구 자료를 일동제약이 제출하면 검토할 예정이며, 후속조치 여부는 자료 검토 이후 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품목허가 취소 등의 조치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일동제약은 이번 식약처의 권고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벨빅을 조기 철수하기로 했다. 벨빅의 국내 도입 5년 만에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벨빅은 2015년 국내 도입된 이후 누적 매출 5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일동제약은 벨빅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2012년 아레나 파마수티컬스 자회사인 아레나 GmbH와 한국 내 독점판매계약을 맺었다. 당시 일동제약은 아레나 GmbH에 선불금 500만 달러를 지급했으며, 식약처 허가에 따른 300만 달러의 마일스톤 추가 지급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식약처가 벨빅의 품목허가를 승인하자 일동제약은 아레나 GmbH에 약조한 300만 달러를 지급했으며, 향후 한국에서의 연간 순매출 35%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벨빅을 제공 받기로 했다.

또한 이 계약에는 연간 순매출이 1,500만 달러를 넘을 경우,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최대 45%까지 구매가를 높여 지급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일동제약은 벨빅의 국내 판매를 위해 800만 달러라는 현금과 지난 5년간 순매출의 35%를 구매가로 원제조사에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식약처 허가를 위한 비용 및 마케팅, 영업, 인력 등 모든 비용을 일동이 담당해, 실상 지금까지의 벨빅 매출 500억원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가 자료 검토 조차 없이 미국 FDA 결정만으로 스스로 승인한 품목을 조기 퇴출시키는 결정을 내린 건 성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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