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별로 원인불명 폐렴 환자 대상 코로나19 검사 실시…일선 병원들, 한정된 격리공간으로 고민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이 원인불명 폐렴 환자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폐렴 환자 전수조사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진행됐다. ‘전수조사’라고 표현했지만 의료기관별로 원인불명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RT-PCR 검사를 실시해 숨어 있는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아직 세부지침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으면 먼저 1인실이나 음압격리병실에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격리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실 의료진이 이같은 방식으로 29번 환자를 조기에 차단하고 진단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폐렴 환자 중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다.

정부는 원인불명 폐렴 환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만 폐렴 입원환자 873명…“한정된 자원, 운영 방식 고민”

경기도가 도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00개소를 대상으로 폐렴 환자 입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관 255개소에 입원한 환자 2만1,381명 중 폐렴 환자는 873명(4.0%)이었다. 경기도는 미응답 기관 45개소에 대해서도 추가 확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메르스 유행 당시 실시한 전국 폐렴환자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7,468명 중 2,000명이 경기 지역에서 나왔다며 이를 토대로 검사 대상 인원과 예산을 추산하고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다른 질환으로 입원했지만 뒤늦게 폐렴 증상이 오는 환자들도 있어서 상병을 ‘폐렴’으로만 조사하면 너무 많이 나온다”며 “보통 500~800병상 규모 병원에 오는 폐렴 환자는 일주일에 20~3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검사를 빨리 해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증상이 좋아지면 바로 격리해제 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1인실 등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격리하면 정체 현상이 발생한다. 운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메르스 때도 폐렴 환자 전수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다. 그 전수조사를 통해서는 확진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없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며 “지역사회 폐렴이 다양한 검사를 해도 원인을 못 찾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의사가 판단했을 때 원인불명 폐렴이라고 판단이 되면 신규 폐렴환자에 대해서는 1인실에 선제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는 쪽으로 좀 더 상세한 지침(사례정의)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사례정의가 의사 소견으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이미 한 차례 확대됐기에 상세한 지침이 마련되기 전이어도 원인불명 폐렴에 대해 검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선 의료진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원인불명 폐렴 환자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격리실 등 한정된 자원으로 인한 혼란을 걱정했다.

“폐렴환자 전수조사해도 격리할 곳이 없다”

하지만 일선 의료진은 혼란스러워했다. 29번 환자처럼 폐렴이 아닌 다른 증상으로 온 환자를 선제적으로 격리해 검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기관마다 1인실이나 음압격리병상이 한정돼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왔다.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입원하는 환자는 엑스레이(X-ray)를 필수로 찍고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면 CT까지 찍기로 했다”며 “현재는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고 해외여행력이 있으면 격리실에서 1차 진료를 본 후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RT-PCR 검사를 외부 검사기관에 의뢰해 진행하다보니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최소 12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그는 “검체를 채취해 외부 검사기관에 의뢰하는데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2시간이 걸린다. 주말이 끼면 2박 3일이 걸리기도 한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를 진료할 수 없고 격리공간이 부족해 입원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자가격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제 어디서 코로나19 환자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요양병원에서 들어오는 폐렴 환자 전원 요청을 당분간 받지 말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종합병원 원장 B씨는 “1인실과 음압격리병상이 있지만 코로나19 환자만 사용할 수 없다. 병원에는 결핵 환자 등 다른 전염병 환자도 많다”며 “코로나19 진단시약이 공급된다고 하지만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어 모든 병원이 선제적 격리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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