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30번째 환자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질병관리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보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다만 메르스에 비해 치명률은 상당히 낮은 특성을 보인다며 지역사회 감염에 따른 우려를 경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7일 오후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지역사회 감염 위험과 관련해 메르스 때는 중동에서 환자 1명이 들어오고 병원감염을 통해 주로 병원에서 노출된 사람과 의료진이 대상이었다”며 “코로나19의 경우 주요 감염원이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유입된 인구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는 (증상 진행 후) 중증 폐렴 또는 객담이 많이 생기면서 기침을 많이 하는 상황에서 전염력이 높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초기 경증에서도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좀 더 지역사회 전파가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는 치명률이 30% 정도로 굉장히 높고 중증이었던 반면 코로나19는 치명률이 현재 후베이성 외 지역은 0.2%로 (치명률 면에서는)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코로나19의)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은 29~30번째 환자에 대해서는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본부장은 “두 환자에 대한 감염경로나 감염원에 대한 조사가 현재 계속 진행 중”이라며 “해외여행력은 두 환자 모두 없는 상황이며 가족들의 해외여행력도 확인되지 않았다. 오늘(17일)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답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29번째 환자의 접촉자는 현재까지 114명이며 이들은 자가격리 등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29번째 환자가 ▲5일 서울 종로구 소재 신중호내과의원, 보람약국, 강북서울외과의원 ▲7일 신중호내과의원 ▲8일 강북서울외과의원, 봄약국 ▲10일 강북서울외과의원, 보람약국 ▲11일 강복서울외과의원 ▲12일 강북서울외과의원, 봄약국 ▲15일 강북서울외과의원, 고려대안암병원 등을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강북서울외과의원을 많이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외과적인 처치를 받은 적이 있어 후속치료가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30번째 환자와 관련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지만 8일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원인불명 폐렴환자 대상 코로나19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7일 사례정의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사 소견만으로도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하게 사례정의를 확대한 바 있다”며 “원인불명 폐렴 또한 현 지침으로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이번 고대안암병원도 역학적 연관성은 없었지만 바이러스성 폐렴 양상을 보고 검사를 시행해 찾을 수 있었다”며 “좀 더 많이 적용해 확대할 수 있게 명확하게 안내하는 6판 개정을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본부장은 “인플루엔자 시즌이고 폐렴이 많은 상태기는 하다"면서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기준들이 무엇인지, 어느 시기를 대상으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전문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전수조사를 아무런 의사 판단없이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사가 판단했을 때 바이러스성 폐렴이고 다른 원인 병원체에 대한 검사를 해서 원인불명일 경우 진행하는 쪽으로 상세한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메르스 때도 폐렴 일제 전수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는 조사 목적이 메르스 감염이 발생한 병원에서 퇴원하거나 그 병원을 다녀온 환자들이 폐렴을 앓고 있는지 등 역학적 연관성 여부를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의심 환자에 대해 메르스 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확진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