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흉부외과에 처음 방문했다.

의사: 무엇이 불편해서 오셨나요?
환자: 정형외과에 갔더니-
의사: 잠깐, 본인이 느끼는 증상을 얘기하세요.
환자: 그런 건 딱히 없고요.
의사: 그럼 여기는 왜 오셨어요?
환자: 다리 근육이 파열돼서 정형외과에 갔는데, 이쪽에 하지정맥류가 있는 것 같으니 흉부외과 가보라고...

의사는 ‘정형외과’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환자의 말을 끊었다. 환자가 불필요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 예단한 것이다. 만약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면 어땠을까? 시간도 아끼고 의사의 첫인상도 더 긍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환자와의 소통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듣기, 즉 ‘경청’이다. 경청은 상대방 입장에서 말에 숨겨진 의도와 감정을 헤아려 듣는 것이며, 자신이 주의 깊게 듣고 있음을 상대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의 말을 잘 듣고 요약해주거나 공감해주면 어떨까? 환자는 의사에게서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의사에게 제대로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면 환자도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길게 말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는 진료 시간의 단축으로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의사-환자 간 긍정적 관계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로 이어지며 환자의 신뢰는 더 나은 치료 효과로 직결된다. 그렇다면 좋은 의사-환자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환자의 말을 어떻게 듣고,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가? 신체를 단련하면 근육과 힘이 길러지듯 진료상담을 통해 의사소통 기술을 높여가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의사의 진료 역량은 더욱 높아진다.

의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의 병을 낫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는 의사가 환자와의 소통에 주의를 기울이고, 긍정적인 의사-환자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33년 경력의 현직 대학병원 의사와 의사 1,070명을 컨설팅한 병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말하는 치유적 환자경험을 위한 진료상담 방법!

-신뢰받는 의사들은 무엇이 다를까?

《의사의 듣기와 말하기》
정숙향·임소라 지음ㅣ240쪽ㅣ2020년 2월ㅣ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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