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엄마에 다른 보호자들 코로나19 불안하다며 퇴원 신청
경남의사회 마상혁 감염병대책위원장 “길거리 소독제 살포 등 불안감 조장 행정도 문제”

발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며 내원한 2세 남아로 인해 병원에 소란이 일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어가 능통하지 않아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수월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구글번역기까지 동원해 이 남자 아이가 다른 병원에서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검사를 받았고 양성이 나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A형인지 B형인지를 몰랐다. 겨우 병원 이름을 알아냈고 확인해보니 인플루엔자 A형이었다. 담당 의사는 아이가 고열이어서 우선 입원시켰다. 결국 아이는 독감으로 격리병실에 입원했다.

문제는 그 이후 생겼다. 아이가 입원한 병실이 있는 병동에서 퇴원하겠다는 환아가 갑자기 늘었다. 그 아이의 엄마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게 이유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일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보호자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담당 의사가 나서서 독감이고 격리병실에 입원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여행력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보호자들은 “그 집에 방문한 사람들 중 외국에 다녀온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며 불안감을 거두지 못했다.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이 최근 겪은 일이다. 마 과장은 “베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런 말을 들어야 했던 엄마에게 너무 부끄러워서 쳐다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 과장은 “의사가 충분히 확인하고 고심한 후 판단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문제”라며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길거리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소독제를 천에 적셔 닦아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길거리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소독제를 천에 적셔 닦아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지적한다.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이기도 한 마 과장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이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꼬집었다. 방역을 이유로 동네마다 소독제를 뿌리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길거리에 소독약을 뿌린다고 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그런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불안감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자체 등에 배포한 ‘코로나19 감염 예방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지침에도 소독제를 분사해서 사용하지 말라고 나와 있다.

소독지침에는 ‘소독제를 분사해서 사용하지 않고 깨끗한 천에 소독제를 적시거나 제품화된 소독티슈를 이용해 환경 표면을 철저하게 닦아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오히려 ‘스프레이를 사용해서 소독제를 분사하지 말라’며 ‘감염성 물질이 에어로졸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 과장은 “바이러스 감염이 우려돼 소독을 하려면 소독제를 뿌리고 닦아줘야 한다”며 “방역을 한다면서 길거리에 소독제를 뿌리는 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주민들의 불안감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의견이 배제된 채 학부모 설문만으로 휴업을 결정하는 부분도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일부 지역 초등학교는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휴교를 결정한 바 있다.

마 과장은 “전문가 의견이 배제된 채 학무모 설문조사만을 근거로 내린 결정으로 지역 사회에는 더 큰 불안감이 퍼진다”며 “정부는 국민에게 차분히 대응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일선에서 보내는 신호는 다르다. 불안감을 조장하는 행정을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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