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바이오 회계 기준…개발 이어져도 1차지표 달성 못하면 비용으로 처리

헬릭스미스가 유전자 치료 신약 물질 '엔젠시스(VM202-DPN)' 3-1a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연구개발비 약 800억원을 지난해 손상처리했다.

아직 추가 3상이 진행 중이더라도 3-1a상이 1차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했으므로 비용으로 처리하는게 맞다는 회계적 조언을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헬릭스미스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44억5,451만원, 영업손실 382억5,798만원, 당기순손실 1,272억8,562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5.6% 줄고 영업손실은 80.4%, 당기순손실은 317% 각각 급증했다.

손실이 커진 원인은 그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던 VM202 연구개발비를 손상처리했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3분기 'VM202-PAD(당뇨병성 족부궤양)' 개발에 들어간 누적 지출액 53억원을 무형자산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이어 엔젠시스 개발비 중 3-1a상에 투입된 개발비 약 800억원을 추가로 손상처리하면서 지난해 85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3-1b상에서 주평가지표를 달성했고, 추가 3상을 앞둔 상황에서 3-1a상 개발비를 손상처리한 점이 눈에 띈다. 임상 개발비를 둘러싼 회계 처리 기준이 더 깐깐해지는 추세다.

보통 신약 개발 시 3상부터는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혼란이 일었다.

대부분 2차 지표를 기반으로 추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심지어 2차 지표를 근거로 임상 '성공'이라고 표현하는 기업들도 있다.

헬릭스미스 역시 지난해 3-1a상은 1차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3-1b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했고, 추가 임상을 계획 중이므로 엔젠시스에 대한 연구개발비는 여전히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회계적 관점은 달랐다. 해당 과제가 계속 진행되더라도 1차 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임상은 실패라 보고 손상처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임상은 주평가지표 달성 여부에 따라 보수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에 따라 손상처리하기로 했다"며 "최근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등 기준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회계처리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것이 3-1a상의 데이터를 쓸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무상 비용으로 처리할 뿐 3-1a상의 데이터는 (허가 신청 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비 처리에 대한 회계 기준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1차 지표 달성 유무에 따라 자산으로 처리했던 3상 비용을 손상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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