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학회 등 2~3월 개최 예정 4개 학술대회 연기 결정…경제적 손실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2월에 이어 3월 예정 중이던 학회들의 학술행사 취소 및 변경이 속출하고 있다. 춘계학술대회 시즌이 본격 시작되는 3월부터는 대규모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도 많아 그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2~3월 개최 예정이던 대규모 국제학술대회 4건이 연기됐다.

의학회는 지난 6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학술대회 일정조정 권고'를 공지하며, 참석자들의 안전을 위해 학술대회 일정을 조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의학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월 30일 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중국 우한 인구의 이동이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감염 가능성이 보도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코로나19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현재 학회에서 계획 중인 학술대회 참석자들의 안전을 위해 행사일정을 조정하거나 연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의학회는 "이미 심의 완료된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일정이 감염병으로 인해 조정될 경우, 날짜, 장소나 프로그램 변경 혹은 행사 취소 시 재심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날짜 장소 변경은 변경공문, 프로그램 변경은 추후 결과보고서로 통보, 행사 취소는 취소공문으로 갈음하겠다는 것이다.

또 "향후 천재지변 및 감염병 재난 등에 따른 학술대회 중도 해약 시 위약금이 발생되지 않도록, 계약할 때 특약사항으로 반드시 기재해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공들여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준비해 온 학회들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2~3월 국제학회 일정을 연기하며 의학회에 변경공문을 보내온 학회는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 대한혈액학회 등이다.

이 중 신경중재치료의학회는 3월 예정이던 제14차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신경중재치료학술대회(AAFITN 2020)를 7월로 연기했다. 이 학회는 2년마다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을 순회하며 열린다.

학회 사무국에 따르면, 이번 AAFITN 2020은 35개국에서 8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현재 학회는 대관업체, 호텔, 항공사 등과 일정 변경으로 인한 위약금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무국 관계자는 "일정 연기 결정이 늦어진 탓에 구체적인 피해 현황은 이달 말쯤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벤션영상의학회는 2월 개최 예정인 국제학회(IICIR 2020)를 6월 말로 연기했으며, 자기공명의과학회 역시 3월 계획한 'ASMRM & ICMRI 2020'을 7월로 연기했다. ASMRM & ICMRI은 매년 평균 약 30개국에서 1,200명 가량이 참가하는 대규모 학회다.

인터벤션영상의학회 측은 "감염증 확산 방지 및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초청한 해외 연자 및 좌장, 패널 등 일정 조율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혈액학회의 경우 3월에 예정돼 있던 국제학회 'ICKSH 2020'를 8월로 연기했다.

ICKSH는 지난해 41개국에서 1,3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학회로, 이곳 역시 현재 해외연자들과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다만 혈액학회는 일정 변경으로 인한 대관 및 위약금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외참석자들의 참가 취소 현황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모 학회의 임원은 "국제학회의 경우 중요한 해외연자 일정 조율만 몇 달이 걸린다. 학회 입장에서는 연기로 인한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상 감염의 고위험군에 속하는 의료인들이 감염병 확산 위험과 참가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계속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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