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환자 판정 시 음압격리병상서 입원 대기…진단 확대로 의심환자‧환자 증가 시 민간 음압병상 활용

7일부터 일부 민간 의료기관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위한 진단키트가 보급돼 의심환자 및 확진자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도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 외 민간 의료기관에 설치된 음압병상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 사태 대비를 위한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전국에 198병상이 있고 현재 국내에서 발생한 28명의 코로나19 환자 모두 이곳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한양대 명지병원 내 음압격리병실 모습

하지만 정부는 의심환자와 확진자 증가를 염두에 두고 국가지정 음압병상 외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에 설치된 음압병상 900여곳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가동할 수 있는 음압병상은 국가지정 음압병상 198병상, 시도지정 음압병상 189병상,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의무설치에 따른 460병상 등 847병상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지정, 시도지정, 의무설치 기관 등에 마련된 음압병상이 847병상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외 의무설치기관이 아닌 곳에 마련된 음압병상까지 합하면 900여개가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활용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의심환자 판정 시 최소 6시간 음압병실 입원

그렇다면 국내 신종 코로나 환자는 28명인데 왜 정부는 900개가 넘는 음압병상을 파악하고 사용을 준비하는 걸까. 이유는 지역사회 전파 등으로 인한 환자의 급격한 증가, 그리고 향후 증가가 예상되는 의심환자 판정 때문이다.

12일 오후 2시 현재 국내에서 추가 발생한 의심환자는 749명이고 이 중 검사가 진행 중인 사람만 230명이다. 의심환자는 코로나19 확진검사를 받는 동안 음압병상에서 대기하다 음성일 경우 귀가, 양성일 경우 그대로 격리치료를 받게 된다.

즉, 국내 확진자는 28명뿐이지만 음압병상을 사용해야 하는 의심환자로 인해 음압병상이 환자 수보다 훨씬 많이 가동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7일 이후 민간병원에서도 신종 코로나 검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앞으로 의심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 음압병상 사용률 역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2일 오후 브리핑에서 “민간 의료기관으로 검사를 확대하면서 하루 500~1,000건 정도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사례정의도 확대했고 의사 소견으로 검사를 할 수 있게 허용했기 때문에 검사 대상자들이 예전 후베이성 중심 검사자보다 훨씬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의심환자 증가 가능성을 언급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심환자 증가와 관련해)현재 지역별 거점병원과 공공병원 위주로 (음압병상)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세부계획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의심환자가 크게 증가할 경우) 우선 공공병원 음압병상 위주로 대응하고 점차적으로 민간병원 음압병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기본으로 세부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부계획 수립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의심환자의 급격한 증가와 지역사회 감염까지 고려해 지역 내 특정 병원을 비우고 코로나19 전문병원으로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어떤 병원이 계획에 포함됐는지 공개될 경우 후폭풍을 우려한 것이다.

여당 한 관계자 역시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대비해 음압병상을 계속 추가 확보하고 있다. 지금 (확진자) 감소 추세라고 해도 언제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해) 집단발병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무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느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압병상은 공공기관 민간병원 등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일반환자가 입원하는 병원에 환자를 비우고 일시적으로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전환하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공개 후 혼란 등을 이유로) 공개는 안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진단키트 보급 영향 아직 적어

정부는 사태 확산에 대비한 준비를 진행 중이지만 다행히 아직 의심환자 확대로 인한 현장 혼란은 없는 상태다.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 9개와 자체적으로 마련한 음압격리병상 3개 등 총 12개 음압병상을 보유 중인 명지병원도 확진자 격리치료와 의심환자 검사 등을 위해 음압병상 7개를 가동 중이며, 5개 음압병상은 최악을 상황을 가정해 남겨놓는 등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명지병원 관계자는 “의심환자 판단이 6시간 정도로 빨라졌다고 하지만 하루에 판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숫자가 있다”며 “명지병원의 경우 하루에 3명 정도 의심환자 판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의심환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모든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 음압병상이 더 필요한 이유”라며 “지금은 국가지정 등 특정병원과 공공병원 등 일부에 격리병상이 있지만 어느 병원이나 격리병상이 있어야 국민들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단키트를 받아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의심환자가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병원은 음압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국가지정은 아닌데, 아직 복지부 등으로부터 음압병상 활용 관련 공식 협조 요청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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