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렘데시비스' 최대 유망주로 급부상, 실제 처방엔 애브비 '칼레트라' 선호

사스(SARS-CoV)와 메르스(MERS-CoV)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를 접한 인류는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박쥐로부터 유래한 'SARS-CoV'라는 동물원성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서 발생한 게 2002년, 이후 10년 만인 2012년에는 낙타로부터 유래한 'MERS-CoV'가 인류를 공격했다.

2002~2003년 SARS-CoV가 출현하는 동안, 이 바이러스는 공식적으로 총 8,096명에서 심각한 폐 감염을 일으켰으며, 774명이라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사망률 10%).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MERS-CoV는 무증상 감염에서 중증 폐렴에 이르기까지 증상이 다양하며, 종종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패혈성 쇼크 및 다기관 부전으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져 사망률이 무려 35%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ARS-CoV와 MERS-CoV에 대항할 치료제는 끝내 개발되지 않았다. 이들 감염병이 확산 후 급격히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신약개발에 뛰어든 제약사들이 허가 단계까지 연구를 지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는 동안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기본 치료는 환자가 열이 나면 해열제를 처방하고, 폐렴이 발생하면 항생제를 처방하고, 호흡곤란이 오면 산소치료를 하는 등 개별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이 '주(主)'였으며, 그 외 '리바비린', '인터페론',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같은 여러 약물이 대안적으로 사용됐지만 일부 약물의 효능은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2019-nCoV 치료는 이전과 무엇이 다를까?

2019년에도 기본 치료 원칙은 변함없이 '대증요법'이다. 전세계 보건당국은 대부분 세계보건기구(WHO) 임상 관리 가이드를 기본으로 따르고 있으며, WHO는 지난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 구축한 가이드를 기초로 하고 있다.

따라서 2019-nCoV 감염에 권장되는 특정 항바이러스 치료법은 없다. 현재까지 그 어떠한 치료제도 무작위대조시험(RCT)을 통해 2019-nCoV 치료에 효능 및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감염환자가 발생한 나라들의 의료진은 경험적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고 있다.

다만, 그 사이 인류가 발전시킨 유전자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은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수많은 의과학자들이 2019-nCoV 유전자 및 생물학적 정보에 기초해 빠른 시일 내 임상 적용이 가능한 기허가 약제 혹은 개발 단계 후보물질들을 스크리닝하고 있으며, 이미 가능성을 확인하고 임상시험에 들어간 약제가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길리어드사이언스 사의 '렘데시비르'다.

천덕꾸러기였던 '렘데시비르', 최대 유망주로 급부상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후보물질로, 동물모델에서 SARS-CoV와 MERS-CoV에 대해 'in vitro', 'in vivo' 모두 활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정작 에볼라바이러스 감염 환자 투여에서 유효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발생한 첫 번째 2019-nCoV 감염 환자 치료에 렘데시비르 투여가 결정됐다. 이 약은 이미 인체 내 안전성을 입증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료진의 판단 하에 동정적(compassion) 사용이 결정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환자는 하루만에 증상이 개선됐으며, 별다른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단 한 명의 환자에서 나타난 결과였기에, 길리어드는 중국 보건당국과 협조해 렘데시비르의 무작위대조시험을 진행키로 했다.

이때 렘데시비르의 가능성에 힘을 보태주는 연구 결과가 지난 4일 네이처(Nature)지 'Letter to the Editor'란에 발표됐다. 이번에는 2019-nCoV에 대한 'in vitro' 결과였다.

중국 연구진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받은 '리바비린', '펜시클로버', '니타조사나이드', '나파모스타트', '클로로퀸' 5개의 약물과 '렘데시비르', '파비피라비어' 등 2개의 항 바이러스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시험관 내 2019-nCoV 억제 효과를 평가했고, 그 결과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이 2019-nCoV 억제에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천덕꾸러기로 남을 수 있었던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현재로서는 2019-nCoV 치료에 최대 유망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렘데시비르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욱이 그 사이에도 치료해야 할 환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HIV 치료제 '칼레트라', 실제 임상에선 가장 '선호'

세계적인 전염병 전문가인 홍콩대 유엔 궉융(Yuen Kwok-yung) 교수는 지난 1월 27일 사이언스지(Science)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유엔 궉융 교수는 2019-nCoV 및 MERS-CoV에서 '렘데시비르'가 가장 유망한 약물이라는데 동의하지만, 약제를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허가 약제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와 '인터페론 베타-1b' 병용요법에 한 표를 던졌다.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상품명 칼레트라)'는 애브비가 처음 개발한 HIV 치료제로, 애브비는 최근 중국 정부에 200만 달러 상당의 칼레트라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2019-nCoV 치료에 '칼레트라'를 사용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최근 퇴원한 초기 감염 환자가 칼레트라 치료를 받았다고 알려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실 한 명의 환자에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경증의 환자가 사용해 자연경과로 좋아진 것인지, 약제의 효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사용 중이고 우리나라도 적극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최근 한국 정부가 '칼레트라' 등 항 바이러스제 허가초과 사용에 급여 적용을 한 데 대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우주 교수는 "최근 정부가 2019-nCoV 치료에 칼레트라 및 인터페론을 의료진 결정에 따라 사용하면 급여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감염학회의 가이드에 따라 의사 재량껏 약제를 쓴 바 있는데, 이번에는 일찍이 복지부에서 급여까지 인정을 해줬다"라며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약물 처방 시 이를 심평원에서 인정해줄지 삭감할지부터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번 급여 적용으로 이러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칼레트라 외에도 렘데시비르 역시 2019-nCoV 치료에 효과를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중국에서 임상을 준비 중"이라며 "최근 감염 환자가 늘며 안 좋은 소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진들이 치료제 개발도 하고 있고, 또 기존 치료제 중에서도 효과를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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