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1/2억제제로 관절염 치료 등에 사용…전문가들 "초기 조사에 불과, 이 결과에 의존해선 안돼"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베네볼런트AI(BenevolentAI)가 자체 알고리듬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치료에 적합한 기허가 약물로 릴리의 JAK1/2억제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를 제시했지만, 응급처방 약물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저스틴 스테빙(Justin Stebbing) 교수는 지난 4일 란셋(Lancet) 'Correspondence'에 베네볼런트AI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등 HIV 치료제가 2019-nCoV의 치료 대안으로 제시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근거를 가진 약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2019-nCoV 감염 과정을 차단할 수 있는 기전을 가진 기허가 약물들을 검색한 결과 '올루미언트'가 가능성 있는 약물로 꼽혔다고 전했다.

'올루미언트'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인 JAK1과 JAK2를 선별적으로 억제하는 면역질환 치료제로, 현재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허가받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베네볼런트 AI의 알고리즘은 분자 구조 데이터를 관련 수용체 및 질병에 대한 생의학 정보와 연결해 잠재적인 약물 표적을 찾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수용체 매개 내포작용(endocytosis)을 통해 세포 내로 침투하는데, 2019-nCoV가 폐 세포 안으로 침투할 때 이용하는 수용체는 신장, 혈관, 심장 및 폐(lung AT2 alveolar epithelial cells) 세포의 표면 단백질인 'ACE2'로 추정된다"며 2019-nCoV 및 ACE2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검색 조건에 적용했다.

소프트웨어는 질병에 대한 가능한 표적으로써 ACE2의 내포작용을 촉진하는 'AAK1(AP2-associated protein kinase 1)'을 제시했다. 'AAK1'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 과정을 방해해 2019-nCoV의 감염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베네볼런트AI는 총 378개의 AAK1억제제를 검색했고, 연구진은 AAK1에 대한 친화력과 약제의 독성을 기반으로 후보들을 추려나갔다.

그 결과 47개는 의학적으로 이미 사용이 허가된 약물이었으며, 이 중 가장 친화력이 높은 6개 약물이 선택됐지만 '수니티닙', '엘로티닙'과 같은 부작용이 심한 항암제는 제외했다.

최종적으론 적은 용량(1일1회 2mg 혹은 4mg)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내는 '올루미언트'가 가장 적합한 약물로 꼽혔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연구는 초기 단계로 여기서 나온 결론은 좀 더 정교한 작업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 결과에 의존해 어떤 종류의 의학적 또는 다른 조언이나 권고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국내 감염내과 한 전문가도 "신종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신약후보군 수준의 탐색으로 찾은 약을 환자에게 투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향후 임상연구를 진행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 결과를 접한 해외 전문가들도 '올루미언트'의 2019-nCoV에 대한 효과 여부보다, 초를 다투는 긴박한 공중보건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 약 1만6,000여명으로 구성된 글로벌 전문가 단체인 SLAS(the Society for Laboratory Automation and Screening)의 과학책임자 마이크 타셀리(Mike Tarselli) 박사는 "이와 같은 인공지능 기반의 노력으로 약물 연구자들의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긴급한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의 활용은 전체 팀을 재배치하지 않고 기존 데이터를 사용해 인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시간 대학의 의약 화학자인 티모시 세르낙(Timothy Cernak) 박사는 "2019-nCoV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의료진의 감독 없이 '올루미언트'를 복용하면 어떻게 되겠냐"며 "이 논문에서 연구진이나 소프트웨어는 AAK1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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