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투여 후 하루 만에 임상적 개선…조사팀 "기침 제외 모든 증상 해결"

길리어드가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렘데시비르'가 미국에서 발생한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 환자 치료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길리어드는 중국 보건당국과 협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렘데시비르'의 무작위대조시험을 진행키로 했다.

지난 1월 31일 2019-nCoV 치료 성과를 보인 미국 감염 환자에 대한 보고서가 미국 워싱턴주 2019-nCoV 조사팀에 의해 국제학술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됐다.

조사팀에 따르면, 중국 우한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고 돌아온 35세 남성 환자가 지난 1월 19일 나흘간의 기침과 발열감으로 응급센터를 찾았다.

검사 결과 환자는 체온, 혈압, 호흡, 산소포화도 및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A, B형 인풀루엔자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환자의 여행 이력을 감안해 미국 워싱턴주 보건 부서에 즉시 통보됐다.

이후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는 이 환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환자의 검체를 채취한 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다음날인 20일 CDC는 실시간 RT-PCR 분석을 통해 환자가 2019-nCoV에 대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 워싱턴 주 지역의료센터로 격리 입원 조치해 임상적 감시에 들어갔다.

입원 시 환자는 지속적인 기침 및 이틀간의 구역 및 구토를 보고했고, 입원 후 2~5일 사이 빈맥이 동반된 간헐적 발열 증상이 있었지만 환자의 활력 징후는 유지됐다.

이 기간 동안 환자는 필요시 해열을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을 투여 받았으며, 또 입원 6일째까지 기침 증상 완화를 위한 '구아이페네신'과 식염수를 투여 받았다.

흉부 방사선 검사상, 환자는 입원 5일차(질병 9일차) 왼쪽 폐 하엽에 폐렴의 증거가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는 산소포화도 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했다.

입원 6일차부터는 산소치료와 폐렴 증상에 따른 '반코마이신', '세페핌' 등 항생제 투여가 시작됐지만, 6일차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 비정형 폐렴이 확실시됐고 임상의가 임상시험용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입원 7일차 저녁 환자는 길리어드가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렘데시비르' 투여를 시작했다. 이 때 정맥 투여에 따른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반코마이신'은 7일 저녁, '세페핌'은 다음날 투여를 각각 중단했다.

환자는 입원 8일차 임상적 개선을 보였으며, 산소포화도 값이 94~96%로 향상됨에 따라 산소치료도 중단했다. 흉부 방사선 검사상 소견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간헐적 기침과 비염 증상을 제외하면 무증상을 나타냈다.

조사팀은 1월 30일 기점으로 "환자는 입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침을 제외하고는 모든 증상이 해결된 상태"라고 보고했다.

조사팀은 "2019-nCoV 감염의 임상 과정은 특히, 겨울 호흡기 바이러스 시즌 동안 다른 흔한 감염병들과 임상적으로 구별하기 어려우며, 이 환자의 경우 폐렴으로 진행된 시기가 지금까지 보고된 호흡곤란 증세 시작 시점과 일치했다"며 "이번 렘데시비르 투여 결정은 환자들의 임상 악화 사례를 기반으로 했지만, 2019-nCoV 감염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렘데시비르 및 기타 다른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효능을 결정하기 위한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이 필요한다"고 말했다.

한편, 길리어드도 같은 날 '렘데시비르'의 치료 성과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의학부 최고책임자 머다드 파시(Merdad Parsey) 박사는 "길리어드는 전 세계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환자 및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해 항 바이러스 전문 지식과 리소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렘데시비르의 적절한 실험적 사용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렘데시비르'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건당국의 허가 승인을 받지 않은 물질이다. 따라서 어떠한 적응증에도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현재도 2019-nCoV에 대한 활성을 나타내는 '렘데시비르'의 데이터는 없지만, 머다드 파시 박사에 따르면 2019-nCoV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MERS 및 SARS에 대해서는 동물모델에서 'in vitro', 'in vivo' 모두 활성을 입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머다드 파시 박사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에볼라바이러스 감염 환자 치료에 '렘데시비르'의 응급 사용에 대한 데이터도 있다"고 설명했다.

머다드 파시 박사는 "길리어드는 중국 보건당국과 협력해 2019-nCoV 치료에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대조시험을 시행하고 있다"며 "길리어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발병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보건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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