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ERP 신청 후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겪은 것으로 전해져
노조측 "자발 가장한 희망퇴직으로 임직원 죽음으로 내몰아"

한국머크의 GM사업부(순환기내분비사업부) 정리 과정에서 해당 부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인이 된 이 직원은 지난 21일 새벽 자택 인근 운동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머크 노조에 따르면, 그는 회사가 진행한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신청한 직원으로 5월 퇴사를 앞두고 있었다.

한국머크 노조는 "고인이 된 임직원은 자발을 가장한 강제적인 희망퇴직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한국머크 노조 한 관계자는 "고인이 된 조합원은 GM부서 지방지점 직원으로 ERP를 신청하지 않으면 서울로 발령을 낼 것이라는 회사의 압박과 쉽게 쓰고 버려진 소모품 취급을 받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회의감과 좌절감을 극심하게 느껴왔다"라며 "어린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결국 2차 ERP 신청기간 마지막 날 신청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몇주 전부터 고인에게 자살징후가 있었으며, 유가족으로부터 '고인이 ERP 신청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으로 괴로워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힘들어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한국머크는 지난해 9월 GM사업부를 정리하리고 하고 이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빠른 속도로 GM사업부가 담당하던 '콩코르(고혈압 치료제)'와 '글루코파지(당뇨병 치료제)'의 판권을 국내제약사에 넘겼으며, 해당 부서 전 직원(35명)을 대상으로 ERP를 실시해 왔다.

한국머크가 제시한 ERP 세부 시행안은 11월 30일부로 GM사업부의 영업활동은 종료하되 ERP를 신청한 조합원들의 선택에 따라 퇴직 일자를 조정할 수 있고, 퇴직일이 늦어질수록 퇴직 위로금의 액수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머크 노조는 "회사는 10월 11일부터 18일까지 1차 ERP를 강행했고, 희망퇴직 대상 역시 전체 직원이 아닌 GM사업부 직원들로 한정했다"며 "이에 판권을 넘기는 회사로의 고용승계 및 전직원 대상 ERP 실시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같은 노조의 요청을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후 11월 20일부터 27일까지 2차 ERP를 실시하면서 '앞으로 추가적인 ERP는 없으며 ERP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지방 부서 직원들까지 모두 서울 본사로 출근하게 될 것'이라며 직원들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GM사업부 35명 중 24명이 ERP를 신청한 상황이며, ERP를 신청하지 않은 직원 11명은 모두 본사로 발령 받았다. 그 중 5명은 지방부서 직원으로 회사가 제공한 이주지원금을 받아 현재 서울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한국머크 노조는 "현재 회사는 11명의 직원들을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회사는 이들과 함께 근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노조가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된 직원의 비극적인 선택은 회사의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사업부 정리 및 그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던 직원을 '자발을 가장한 비자발적 희망퇴직'으로 몰아낸 데 따른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머크 노조는 "경영진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인해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유가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예우를 갖춰 보상할 것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원들의 원직복귀 및 가정으로의 즉시 복귀 ▲관련 책임자의 엄중한 처벌 ▲재발방지 약속 및 진성성 있는 사과 등을 요구했다.

한편, 한국머크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이라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위로와 함께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유가족에게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심을 다해 최대한 예를 갖춰 돕겠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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