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에이즈치료제 대체 약제로 거론…전문가들 “임상적 효과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에 감염된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늘면서 치료 방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오후 3시 기준 중국 본토에서만 우한 폐렴 확진자가 4,500명을 넘었고 의심 환자는 7,000명에 육박한다. 사망자는 106명으로 늘었다. 한국에서도 4명이 우한 폐렴으로 확진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대신 사스(SARS)와 메르스(MERS)에도 쓰인 C형 간염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가 대체 약제로 주목 받고 있다.

대한감염학회가 지난 2015년 6월 발표한 ‘메르스 항바이러스제 치료지침’에는 C형 간염 치료제인 리바비린(ribavirin)과 인터페론(interferon α2a), 에이즈치료제인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 병합요법이 권고돼 있다.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성분을 조합한 복합제는 애브비의 ‘칼레트라’가 유일하다.

감염학회는 이 지침을 기반으로 우한 폐렴 치료지침을 마련해 배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치료법을 우한 폐렴 환자에 적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대증요법으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메르스에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몇 가지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다는 실험실 데이터만 나와 있는 상태”라며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처럼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폐렴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여러 가지 치료를 해보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어떤 치료제가 더 효과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며 “전문가그룹에서도 에이즈 치료제가 부작용만 없다면 써볼 수도 있다는 정도로만 얘기가 나왔다. 임상적으로 증명된 치료제는 현재 없다”고 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현재로는 치료제가 없어서 일정 기간은 본인의 면역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요 장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증요법으로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환자가 버틸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중국에서 발표한 사망자 통계를 보면 대부분 60세 이상이거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본인의 면역력으로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며 “에이즈 치료제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지만 효과 없다는 말도 있다. 투여 시점이나 용량, 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전문가그룹에서도 에이즈 치료제가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인터페론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최근 동물실험에서 에이즈치료제인 칼레트라가 효과 있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도움이 될만한 약을 쓰면서 환자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치료를 하고 있다”며 “치료제가 없어도 환자 스스로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힘을 갖추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환자가 끝까지 버티게 하는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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