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외상센터, 닥터헬기 탑승하지 않기로…“외상뿐 아니라 다른 응급환자도 대상이어야”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둘러싼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 간 갈등이 ‘닥터헬기’ 운항 중단 사태로 번지면서 닥터헬기 운영 방식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병원이 닥터헬기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고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닥터헬기가 중증외상환자에 집중돼 중증응급환자 이송이라는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주대병원은 지난해 9월부터 닥터헬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일곱 번째 닥터헬기로 기존 6개 지역과 다르게 24시간 운영되며 838km까지 운항할 수 있는 대형헬기다. 기존 닥터헬기는 야간에는 운항하지 않는다.

또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응급의료센터가 주축이 돼 운영되는 다른 지역 닥터헬기와 다르게 아주대병원은 외상센터가 주축이다. 경기 지역 닥터헬기가 이송한 환자도 대부분 중증외상환자였다.

경기도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는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12일까지 총 19건 출동했으며 이중 17건이 중증외상환자였다. 1건은 헬기 도착 전 현장에서 환자가 사망했으며 이송 중 사망한 뇌출혈 환자가 1건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29일 도청 잔디광장에서 응급의료전용헬기 종합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이재명 경기도시자(오른쪽)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참여했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환자 상태에 따라 의료진 2~4명이 닥터헬기에 탑승한다며 문제없이 헬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사 7명, 간호사 7~9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은 인력 부족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당분간 닥터헬기에 탑승하지 않기로 하고 경기도에도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서는 아주대병원 닥터헬기 운영 방식을 문제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 부족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는 외상환자에만 집중돼 응급의학과 등 다른 부서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닥터헬기 운항 목적은 증증외상 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등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골든타임 안에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라며 “아주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병원에서 운영하는 닥터헬기가 2018년도에 이송한 환자 중 중증외상환자는 18% 정도이며 심뇌혈관질환자 30% 등 다른 응급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닥터헬기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주로 타고 중증외상환자인 경우 외상외과 전문의가 탄다. 중증외상뿐 아니라 뇌졸중 같은 다른 응급질환도 대상이기 때문”이라며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는 주로 외상환자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병원들보다 인력 문제가 더 심각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전북에서 발생한 외상환자도 닥터헬기로 이송해 왔다고 하는데 비효율적이다. 인근에도 외상센터가 있다”며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이유는 중증 환자를 골든타임 내에 수술실까지 이송하기 위해서다. 아주대병원은 닥터헬기 운영 방침과 다르게 운영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닥터헬기 운영 방식을 재점검하고 병원들이 인력 부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건비를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항공응급의료협회장을 지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이강현 교수(연세대 원주의과대학장)는 “닥터헬기를 365일 24시간 운항하려면 전담 전문의가 최소 4명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닥터헬기 운영 기관을 지정하기만 하고 운영에 필요한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닥터헬기 운영 예산의 10%를 인건비로 병원에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만 다르게 세팅됐다. 다른 응급환자도 중요한데 외상환자에 집중하겠다는 건 닥터헬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응급의료와 외상외과 등 각 부서가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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