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언론 인터뷰서 권역센터장직 사퇴의사 피력…이직·출마설 부인
병원측, 일방적 폭로에 유감표명하면서도 공식 입장 자제…금주 중 공식 발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권역외상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이 교수와 병원 측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아주대의료원 유희석 의료원장과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 간 욕설이 담긴 대화 파일이 공개된 지 일주일만에 이국종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교수는 그러나 녹취록 폭로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병원 이직이나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평교수로서 환자 진료와 학생 강의에 전념하겠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국종-병원 갈등, 왜 이 지경에 이르렀나

이국종 교수와 병원측 갈등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교수는 석해균 선장을 극적으로 살리면서 국민적 영웅이 됐지만 외상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병원으로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건강보험 구조 때문에 아주대병원 경영진과 이 교수간 갈등은 수년간 지속돼 왔다. 정부가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키로 하고 건립비용 300억과 매년 운영비용으로 60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외상센터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다. 이미 외상센터 환자로 100병상을 채운 아주대병원으로서는 환자를 다른 병동에 입원시킬 경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국종 교수는 병원 측이 본원의 병실이 비어있는데도 병상을 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아주대병원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권역외상센터 병상 부족으로 인한 외상환자 본원 입원문제는 ‘지난해 10월 병원에서 진행된 리모델링 공사와 2021년으로 예정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준비가 양측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병원 리모델링·상급종병 지정 문제 겹쳐 갈등 심화

권역외상센터 병상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6주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증설을 위해 실시한 본원 리모델링으로 병상이 더욱 부족해지면서 갈등이 커지고 이 와중에 정부에서 발표한 4기 상종지정기준에서 중증환자 입원비율이 높아지며 외상환자 본원 입원에 더 큰 걸림돌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S교수는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는 병원 예산과 정부와 경기도 지원을 합해 100병상 규모로 개설했으나 그 규모로는 소화할 수 없는 많은 외상환자를 보고 있다”며 “외상환자 평균 재원기간도 다른 질환으로 입원하는 환자들보다 많이 길다”고 말했다.

S교수는 “넘치는 외상환자는 결국 중증외상센터가 아닌 병원 본관에 입원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경우 중증외상센터 운영에 주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본원에서는 일부 외상환자를 입원시켜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S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인 아주대병원은 일반 종합병원에 비해 5%의 수가를 더 받는다. 이로 인한 추가 수익은 병원 연간 진료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로 만약 여기에서 탈락하면 한해 순수익은 그냥 사라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S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불변이 아니라 3년마다 심사를 통해 갱신 여부가 결정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의 비율이 높아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에서 인정하는 중증환자는 주로 암과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며 외상환자는 중증환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S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심사는 내년(2021년)에 있다. 이를 앞두고 재지정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지난 가을부터는 입원환자의 중증환자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도록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아주대병원 K교수도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지정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며 “때문에 입원환자 한명 한명의 중증도를 평가해 입원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임상과장회의에서 계속 나오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외상센터환자를 가급적 본관에 입원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한 것 같은데, 그런 것이 외상센터 입장에서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닥터헬기 운영 둘러싸고도 논란

닥터헬기 운영을 놓고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병원에서 헬기 소리 때문에 민원이 많다고 지적하며 헬기운영을 못마땅해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들이 나오며 언론에서는 현재 닥터헬기가 운영을 멈춘 이유와 닥터헬기에 그동안 의료진이 탑승해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주대병원 측의 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부족 문제를 비판했다.

그러나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등에 따르면 닥터헬기가 현재 운행을 멈춘 이유는 최근 있었던 독도 헬기와 같은 기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기종이 같은 헬기들에 대해 전면 점검에 나서면서 운행을 정지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헬기 점검을 마친 경기도가 아주대병원 측에 운행을 정상화하도록 지시한 상태이며, 21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의료진 동승 부분에 대해서는 외상센터가 헬기에 탑승하는 의사, 간호사들의 고충을 고려해 인력 등이 확충될 때까지 탑승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아주대병원 측은 이국종 교수의 일방적 폭로에 대해 난감해하면서도 각종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희석 의료원장의 경우 협력병원 업무로 베트남을 방문중이다.

다만 금주 중 공식입장을 내겠다는 계획이어서 유희석 의료원장이 베트남에서 돌아오는 이번주 병원이 어떠한 공식입장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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