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3일차, 국내 기업 발표 대거 이어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글로벌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앞다퉈 기술력을 뽐냈다.

회사가 주력하는 신약 후보 물질을 소개하며 파트너 상대를 찾는 한편 미국·중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38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3일차인 15일(현지시간)은 국내 기업들의 기업설명회가 대거 몰린 날이다.

제넥신을 시작으로 휴젤,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이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 및 사업 확장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美·中으로 영역 확장하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메인트랙에 배정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각각 중국과 미국으로의 진출 계획을 밝히며 주목을 받았다.

우선 셀트리온은 올해 중국에 12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중국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다. 당초 셀트리온은 홍콩계 다국적 기업인 난펑그룹(NanFung Group)과 함께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7월 합작법인인 '브이셀헬스케어'를 설립하기도 했지만 최근 난펑그룹과 작별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건립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던 양사는 서로 이견차로 결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셀트리온은 중국 정부와 현지 생산시설을 짓기로 협의해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유럽 등과 마찬가지로 직판 체계도 구축한다. 현재 중국에서 진행 중인 램시마 임상시험에 맞춰 생산시설 및 판매망을 갖출 계획이다.

자가면역질환·암에 이어 당뇨 시장으로의 진출도 선언했다.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은 "기술도입과 자체 및 공동 개발 방식으로 당뇨 시장에 진출해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리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 시장은 약 46조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 및 생산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연구소 설립 구상을 세웠다. 설립 당시부터 CMO(위탁생산) 사업에 주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8년 신약 개발 단계에서 고객사의 세포주, 임상물질 등을 개발하는 CDO(위탁개발) 사업을 추가했다. 이어 임상시험을 대신하는 CRO(위탁연구) 사업으로 영역을 더 넓히며 임상부터 허가, 생간까지 모든 신약개발 단계를 충족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게 됐다. 대량생산뿐 아니라 소량 생산(sCMO)도 가능하다.

미국 연구소 설립은 늘어나는 CDO 수요를 효과적으로 대응해 고객 만족을 높이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 아시아 등지에도 추가 법인을 세워나갈 계획이다.

한미·LG, 비만 치료 신약 등 핵심 파이프라인 강조

한미약품, LG화학, 제넥신 등은 핵심 파이프라인 소개에 집중했다.

먼저 한미약품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29개 파이프라인 중 신약 후보 물질 8개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여기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HM15211(LAPS Triple Agonist)와 이중기전 비만 치료제 HM12525A(LAPS Glucagon/GLP-1 Dual Agonist), 주 1회 제형의 신 기전 비만 치료제 HM15136(LAPS Glucagon Analog) 등 '퍼스트-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 후보 물질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중 글로벌 빅파마의 주요 관심 분야인 NASH 치료제 HM15211에 관심이 집중됐다. NASH는 지방간, 염증, 섬유화 등 여러 지표를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데, HM15211은 MAD(다중용량상승시험) 1상 임상시험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지방간 감소를 포함해 여려 효력이 확인됐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진행한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은 "간 섬유화 모델에서는 간 성상세포 활성화를 억제해 섬유화 증상을 탁월하게 개선했으며, 염증 사이토카인 감소 효과도 나타났다"며 "올해 2분기 중 조직검사로 증명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2상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과제로 꼽힌 HM12525A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권리를 반환한 물질이다. 얀센은 2015년 12월 해당 물질을 기술이전했으나 글로벌 2상 임상시험을 마친 뒤 권리를 반환했다.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한미약품은 비만과 당뇨를 모두 잡는 치료제로 개발하려 했던 얀센과 달리 기존 약물보다 효과가 월등한 이중기전 비만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2상에서 체중 감소 목표치에 도달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HM12525A는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의 직접 비교 임상에서 두 사짓수대 비율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LG화학은 미국 2상 임상시험에 진입한 통풍 치료제 및 만성염증질환 치료제 임상 성과를 발표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생명과학분야 R&D에 약 1,650억원을 투자하며 전체 신약과제를 30개에서 40여개로 확대했다.

LG화학이 개발 중인 통풍 치료제는 요산의 과다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잔틴산화효소(Xanthine Oxidase)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발표를 진행한 LG화학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전임상 및 1상 결과 기존 요산 생성 억제제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심혈관 질환 등 부작용 발현 가능성을 낮추고 통풍의 원인인 요산 수치를 충분히 감소시켜 기존 치료제 대비 차별화된 효능 및 안전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만성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단백질 'S1P1(스핑고신-1-인산수용체-1)'을 표적으로 한 만성염증질환 치료제는 전임상 및 1상에서 신속한 면역세포 감소와 표적 단백질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확인했다.

LG화학은 비만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아직 전임상 단계인 비만 치료제는 식욕 조절 유전자 'MC4R(멜라노코르틴-4-수용체)'을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다.

제넥신은 주요 파이프라인인 하이루킨-7 및 자궁경부암(HPV) 치료 백신 GX-188E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앞서 제넥신은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GX-188E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한 2a상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이번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중간결과는 오는 4월 열리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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