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개소 전 대화…녹취록에 대한 공식 입장 내지 않겠다"
100병상 외상센터 환자 몰리며 확대 요구…보직자와 마찰 빚은 듯

MBC가 아주대의료원 유희석 의료원장과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 간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 녹취에는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때려쳐 이 XX야" 등의 욕설이 담겨 있다. MBC는 그러나 욕설이 담긴 대화를 나눈 시점과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대병원에 따르면 이 녹취 파일은 4~5년 전 의료원장과 이국종 교수 단 둘이 있었던 때 대화내용이다.

직위를 막론하고 욕설을 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 녹취가 최근이 아닌 4~5년전 파일이라는 점에서 녹취파일이 지금 공개된 부분에 대해 의아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아주대병원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개된 녹취는 최근 대화내용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4~5년 정도 전 대화 내용이며 당시는 아주대병원이 아직 (복지부에서 지정받은) 권역외상센터를 개소하지 않았던 때”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2013년 복지부로부터 권역외상센터 설립기관으로 지정돼 2016년 100병상 규모 권역외상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녹취록 공개 과정에 대해 “누가 녹취록을 공개했는지는 병원 측에서 알 수 없지만 당시 대화 시 의료원장과 이 교수 둘만 있었던 것은 맞다”며 “그러나 아주대병원은 언론보도 및 녹취록 공개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논란이 확대되자 이국종 교수를 이해하고 응원하면서도 의료원장과의 갈등을 담은 녹취록까지 언론에 공개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화의 전후 사정을 고려치 않고 언론에 일부만이 보도된 것을 우려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국종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영웅이다. 그런 분께 의료원장이 욕설을 했다고 하니 의료원장을 비난하는 사람이 엄청나다. 하지만 이번 보도내용은 의료원장이 일방적으로 욕하는 부분만 공개됐다. 욕설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전후 사정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설립과정에 그동안 많은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주대병원의 해명처럼 녹취록이 4~5년전 외상센터가 설립되기 전의 것이었다면 지금 시점에 보도된 것이 오히려 의아하다. 이 교수가 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을 줄 알지만 병원과의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아주대병원은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의 병상은 100병상으로 아주대병원 전체 병상수 1,000병상과 비교할 때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이국종 교수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외상센터 100병상이 포화된 지 오래이며 환자가 밀려들다보니 이 교수도 외상 환자를 더 받게 해달라고 병원 측에 요청했다는 게 아주대병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 아주대병원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이를 놓고 보직자들과 갈등이 있었는데 병원 보직자들로서는 다른 과 환자들의 입원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외상센터 요구만을 들어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아주대병원은 이같은 상황 때문에 몇년간 보건복지부에 병상 증설을 신청했지만 거절 당했고, 최근 병상 증설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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