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환자 8천명 대상 VERTIS-CV 연구로 심혈관 안전성 및 효과 확인 진행
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 "VERTIS-CV 연구, 밑져야 본전 아닌 잘해야 본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SGLT-2억제제 중 가장 후발주자인 MSD '스테글라트로(성분명 에르투글리플로진)'가 작년 말 심혈관 질환에서의 혜택 관련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결과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심부전 등 SGLT-2억제제의 심혈관 질환 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된 상태에서 임상 디자인이 짜여진 만큼 가장 좋은 데이터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애매한 결과가 나올 경우 '계열효과' 논쟁에 또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 'Clinicaltrial.gov'에 등록된 '스테글라트로'의 VERTIS-CV 연구 종료일은 2019년 12월 30일이다.

VERTIS-CV 연구는 심혈관질환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스테글라트로'의 심혈관 안전성 및 혜택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된 연구로 약 8,000명의 당뇨병 환자가 참여했다.

앞서 출시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인보카나(성분명 카나글리플로진)' 모두 심혈관임상을 통해 안전성(위약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지만, '포시가'의 경우 DECLARE 연구에서 심혈관 혜택(위약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DECLARE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당뇨병 전문가들 사이에 'SGLT-2억제제가 약제간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며, 계열효과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DAPA-HF 연구 등으로 '포시가'의 심부전 치료효과가 구체화되자, SGLT-2억제제의 심혈관 혜택은 어느 정도 계열효과로 자리잡았다.

MSD는 '포시가'의 사례를 교훈 삼아 '스테글라트로'의 심혈관 혜택을 좀 더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도록 VERTIS-CV 연구를 설계했다.

우선 대상 환자군을 99.9% 심혈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으로 설정했으며, 최근 '포시가'가 치료효과를 입증한 심부전 환자의 비중도 타 연구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렸다(아래 그림).

'포시가'의 DECLARE 연구에서 심혈관질환자의 비중은 40.6%였으며, 심부전 이력이 있는 환자의 비중은 9.9%에 불과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발표될 VERTIS-CV 연구 결과가 SGLT-2억제제 중 수치적으로는 가장 유리한 결과치를 도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반대의 우려도 있다. 이렇게까지 유리한 조건으로 임상 디자인을 설계했음에도 심혈관 혜택을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한다면, 잠잠해졌던 계열효과 논쟁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만나 "스테글라트로는 현재 '밑져야 본전'이 아닌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라며 "모두가 '당연히 데이터가 잘나오겠지'라고 예상했는데 혹시라도 그렇지 못하면 약제 자체의 문제로 집중될 것이고, 데이터가 잘 나와도 계열효과로 묻힐 확률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향후 발표될 VERTIS-CV 연구 결과로 심혈관 혜택에 대한 계열효과 논쟁이 마무리될지 혹은 재점화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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