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김용하 교수 “지속 불가능한 보장성 확대는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며 여기에 노인인구 증가, 저성장 시대라는 요인이 더해져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김용하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계간 의료정책 포럼’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7년 20조8,000억원이던 건강보험 적립금이 2018년에는 20조6,000억원으로, 2019년에는 4조1,000억원 적자로 인해 16.5조원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3년이 되면 적립금은 완전히 소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장성 확대는 누적적으로 눈덩이처럼 진료비 지출을 증가시킨다고 볼 때,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보장성 확대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 3대 비급여를 추가적으로 축소하고, 3,800개에 이르는 비급여에 대한 전면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한 보장성 확대는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쏠림현상을 만들고 있다”면서 “BIG5의 진료비 비중이 2014년에는 전체 진료비에서 5.4%였으나 2018년에는 6.0%로 늘어난 4조6,531억원으로 폭증했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9 상반기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는 41조9,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었다.

이 중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2018년 상반기 대비 28.4% 늘어난 7조2,178억원이었으며, 종합병원은 17.1% 늘어난 6조9,772억원, 의원은 13.2% 오른 11조8,754억원, 병원은 8.8% 증가한 6조9,996억원을 기록했다.

즉,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 15.3%에서 올해 상반기 17.2%로 1.9%p, 종합병원은 16.2%에서 16.6%로 0.4%p 높아졌다.

반면 의원의 진료비 점유율은 20.3%에서 19.9%로 0.4%p 낮아졌으며, 병원은 9.3%에서 9.0%으로 0.3%p 떨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MRI 등 3대 항목을 중심으로 과잉 진료 여부 심사, 연내에 건강보험 급여 지급기준 강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케어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 없이는 어떤 대책도 제대로 먹히지 않을 것이란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이제까지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을 작동시켜왔던 각종의 근간과 현실을 경시하고 각종의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데 있다”면서 “1977년 의료보험제도 도입 이후 지속돼 왔던 저수가 구조에 대한 수술 없는 비급여 축소는 오히려 진료비 급증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정부 당국이 충실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건강보험의 진료비 증가는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을 급등시켜, 문재인 케어로 반사이익을 보니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정부 주장은 더 이상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인구 증가와 저성장 시대라는 요인까지 더해질 경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

김 교수는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는 GDP 대비 7.6%로 OECD 평균인 8.8%보다 낮다고 하지만, OECD 평균 경상의료비 증가율은 1.8%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6%씩 증가했다”면서 “증가하는 노인인구비율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서유럽·북유럽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달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케어가 기존 계획대로 추진, 2025년에 이르면 건강보험료율 법정한계선인 8%를 넘기지 않고선 적립금이 2000년대 초반과 같이 마이너스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이라며 “2019년에는 6.46%인 건강보험료율이 2025년에는 8.07%, 2027년에는 8.45%까지 높아지고 이러한 상승세는 그 이후에도 이어질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지속 불가능한 보장성 확대는 결국은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인상을 국민이 충분히 감내 가능했겠지만, 저성장시대에는 소득 증가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늘어날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를 참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장성 확대라는 달콤한 사탕 같은 문재인 케어 유혹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전 국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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