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랩 아웃사이드' 출신 피트(FITT), 운동 검사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제시

[라스베이거스=정새임 기자] "방송에서 고도비만자 수십 명을 모아놓고 고강도 다이어트 챌린지를 하는 걸 보면서 화가 났어요. 40~50kg이 빠지는 사람은 1%뿐이고, 나머지 99%는 다시는 운동을 안 할 거예요. 정말 잘못된 방식입니다. 운동은 지칠 때까지 하는 게 아니에요."

삼성전자 사외 벤처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출신의 홍석재 피트(FITT) 대표의 말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0'에서 만난 홍 대표는 운동생리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중학교 체육 교사로 일을 하다 운동 검사 솔루션 개발에 뛰어들었다. 홍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 피트는 운동 검사를 통해 개인에게 맞는 운동 수준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 체력 증진을 끌어내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다.

피트는 지난 7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참가했다. 피트 전시간은 유레카존에 위치했다.

심폐능력, 근력, 움직임 능력 등 여러 운동검사 중 피트가 가장 메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심폐능력 검사다. 2.4km 달리기나 5분 달리기로 최대산소섭취량을 측정한다. 기존 심폐능력 검사는 심전도(EKG) 기기를 부착해 실시간 파형을 분석하는 복잡한 방식이지만, 피트 솔루션은 나이와 키, 몸무게 등 간단한 정보 입력 뒤 달리기만 하면 거리와 시간을 바탕으로 산소섭취능력을 계산해 VO2 max(최대산소섭취능력) 등 심폐능력과 동일 연령대에서의 심폐능력 수준을 분석해준다. 이러한 분석은 40여 년간 쌓인 심폐기능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선형 회귀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키, 연령, 성별, 체중에 따라 가장 정확도가 높은 회귀 공식과 매칭하는 알고리즘이다.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커버리(회복), 인터벌 등 나에게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보통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대략적인 기준(30분 달리기, 300kcal 이상 소모하기)만 세우기 마련이다. 홍 대표는 이러한 운동법은 체력 향상에 도움도 안 될 뿐더러 오버 페이스로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가 금세 그만두기 쉽다며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홍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한 세션의 운동을 할 때 적어도 150kcal 이상 소비하고, 400kcal까지 소비할 수 있는 심폐능력을 기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이 말만 듣고 무조건 운동할 때 400kcal 이상 소비하라고 잘못 가이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하면 마치 유격조교처럼 의지가 부족하다고 한다. 사실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운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체력보다 오버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대부분 중간에 낙오하게 되는데, 운동은 지칠 때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체력 수준에 맞춰 정해진 시간과 속도로 뛰는 것"이라며 "이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강도를 높여나가야 체력이 향상되고 오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트의 운동검사 분석 결과. VO2 max, METs 등 심폐능력과 관련된 지수를 분석해 알려준다.

피트는 헬스장, 체육관 등에서 고객에게 운동검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B2B 서비스를 시작했다. 3년간 피트 솔루션을 적용한 헬스장이 전국 200여 개에 달한다. 국내 대학과 프로 스포츠 구단도 피트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에는 독일 국가대표 선수촌과 같은 올림픽트레이닝 센터 공식 파트너사로 지정돼 피트 운동검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교사였던 홍 대표는 건강관리에 필요한 측정평가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8년 전문성을 갖춘 트레이너 및 체육인을 양성하는 야간학교인 '피트종합체육학교'를 세워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측정평가사(MES)라는 민간자격증도 발행한다. 측정평가사는 기초 대사공식을 활용한 정량적 운동 프로그래밍 자격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이 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오는 3월에는 각 개인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으면 손쉽게 운동검사와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런칭 행사를 통해 피트 앱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오는 3월 런칭될 피트 모바일 운동 검사 애플리케이션(사진 제공: 피트)

특히 피트는 심폐능력에 따른 고혈압 등 만성질환 발병 위험도를 스크리닝해 알려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발병 위험도는 전 세계 심폐능력 지수와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역학조사한 수십만 건의 논문과 이를 메타분석한 연구를 취합한 통계치다.

홍 대표는 "빅데이터 분석기법까지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통계치라도 알려주는 곳이 없다"며 "질병은 예방이 더 중요한데, 피트니트가 예방을 담당하는 일차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단순히 하루에 몇 보를 걸었다는 피지컬 액티비티 데이터는 질병과 연관성이 거의 없지만, 심폐능력과 같은 트레이닝 데이터는 (질병과의) 연관성이 높고 관련 연구 자료도 많아 확장성이 크다"며 "향후에는 이 데이터를 홈 케어 기기와 연동해 어제 내가 운동한 만큼 나의 혈액수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등을 집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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