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심(新藥醫心)-SGLT-2억제제①]전문가들 "어떤 기전의 당뇨병 약과의 조합에도 시너지 커"
"급격한 혈압강하·체중감소 등도 잘 관리하면 치료에 활용할 수 있어"

의약품은 잘 짜여진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유효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허가가 이뤄지고, 이를 근거로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처방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선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연구결과와는 다른 결과들이 나오기도 한다. 때문에 최근 ‘실제 임상에서의 처방 결과’(real world data)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문가들에게 신약 등이 실제 국내 환자들에게 어떻게 쓰이고, 어떤 결과들이 있었는지를 듣고자 신약의심(新藥醫心)이란 코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최근 SGLT-2 억제제의 쓰임새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에 있어 혈당 강하 효과뿐 아니라 심혈관 및 신장에 다양한 혜택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당뇨병 치료제가 아닌 심부전이나 신장 치료제로서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족부 절단, 회음부 괴사 등 안전성 이슈와 일부 급여 제한 등의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김성래 교수, 세종병원 김종화 과장,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이우제 교수 등 당뇨병(내분비내과) 전문가들에게 SGLT-2 억제제의 임상적 가치와 실제 처방 경험 등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그 첫 시간으로 SGLT-2 억제제의 유용성과 안전성 등을 살펴봤다.

사진은 왼쪽부터 부천성모병원 김성래 교수, 서울아산병원 이우제 교수,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 세종병원 김종화 과장

Q. SGLT-2억제제는 어떤 약인가요

박철영 교수: 기존 당뇨병 치료제들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거나 인슐린 분비기능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했다. 반면 SGLT-2억제제는 이들 약제와 다른 새로운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약제와 병용시 시너지가 크다. 기존 약과의 어떠한 조합에도 효과적이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우제 교수: 맞다. 다만 (SGLT-2억제제에 대해)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다. SGLT-2억제제가 당뇨병의 중심 기전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점을 이유로 과소평가된 부분도 있었다. 예컨대 장에서 당의 흡수를 억제해 식후혈당을 낮추는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처럼 SGLT-2억제제도 인슐린 분비나 작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당뇨병 약물치료에서 'main stream'이 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견해가 있었다. 하지만 SGLT-2억제제는 오히려 다른 여러 가지 부가적인 기전이 부가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게 됐다.

김성래 교수: SGLT-2억제제가 처음 나왔을 때 '참 신기한 기전이고 재미있는 약제'라고 생각했다. '당뇨병'을 '당뇨'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SGLT-2억제제는 이 말처럼 '당뇨'를 통해 당뇨병을 치료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기존 당뇨병 약제들이 인슐린을 더 쥐어 짜내거나, 인슐린 활용을 더 잘되게 하는 등 인슐린과 관련된 약들인데, 이 약은 처음으로 인슐린과 상관없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또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과체중인 경우가 많고, 혈당 조절이 안 될 때 체중이 줄다가 어느 정도 혈당이 조절되면 체중이 늘어 힘들어 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SGLT-2억제제는 체중 감소 효과가 있으면서 기전 상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참 매력적이다.

김종화 과장: SGLT-2억제제 발매 초기 많은 의사들이 작용기전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당뇨병이 발생하면 포도당흡수를 더 많이 해서 역설적으로 혈당을 올리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약제는 콩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해 포도당을 배설하여 혈당을 조절한다는 기전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포도당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열량도 감소해 체중감소 뿐만 아니라 나트륨을 배설시키고, 혈압을 감소시켜 당뇨병환자에서 혈당, 체중감소, 혈압감소 등을 얻는 효과를 알게 이해하게 됐고. 현재 주목을 받고 있다.

Q. SGLT-2억제제 처방시 주의해야 할 이상반응은 뭐가 있을까요.

박철영 교수: 환자 중 SGLT-2억제제 복용 후 체중이 3개월간 5kg씩 9개월 동안 총 15kg 감소한 사례가 있었다. 이 환자는 너무 과도하게 체중이 감소해 힘들다며 약제 변경을 요구했다. 체중이 감소될 때는 지방량 뿐만 아니라 근육량도 감소시키기 때문에 환자 중에는 ‘허약감’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SGLT-2억제제 복용 후) 체중 감소가 심한 환자에게 근력 운동 등의 조치 노력도 필요하다. 또 SGLT-2억제제의 주의할 점으로 여성에서의 생식기감염이 있는데, 고령의 남성 중에서도 같은 문제를 토로하기도 한다. 수면 시 평소 1~2회 깨던 야간뇨 동반 환자들이 SGLT-2억제제 복용 후 4~5번 화장실을 가야 해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한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약을 끊기 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혈당 조절이나 체중 감소 효과가 좋아 약제 유지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김성래 교수: 일반적으로 SGLT-2억제제를 복용하면 체중, 혈당이 감소하지만, 환자 중에는 식욕이 증가해 더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 SGLT-2억제제의 실제 혈당과 체중 변화를 분석한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75~80%는 혈당과 체중이 둘 다 감소하는 환자지만 나머지는 혈당은 감소하지만 체중이 증가하고, 혈당은 증가하지만 체중이 감소하기도 하며, 혈당과 체중이 둘 다 증가하는 환자들도 있다. 생식기 감염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에서 많이 생기는 것은 전세계 공통적이지만, 우리나라 남성 (생식기 감염) 비율은 외국 대비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해 포경수술 비율이 높기 때문이란 추정도 있다. 실제로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미혼남이 SGLT-2억제제 복용 후 생식기감염 부작용을 겪어 약제를 변경했는데, 결혼을 앞두고 포경수술을 한 후 SGLT-2억제제를 복용했을 때는 감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치료를 지속하는 사례도 있다.

이우제 교수: 개인적으론 (SGLT-2억제제를 처방한 환자 중) 남성 생식기감염은 지금까지 2명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생식기감염은 여성, 남성 환자를 막론하고 묻지 않으면 말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 환자 중에는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남성 환자 중에는 생식기가 짓무르는 증상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주 드물다. 때문에 의사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SGLT-2억제제는 기전상 인슐린이 잘 나오는 사람이든 안 나오는 사람이든 기존 당뇨병 약제와 약물상호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SGLT-2억제제 자체가 수분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루우프 이뇨제(Loop diuretics)와 같은 효과가 쎈 이뇨제와의 병용은 조심해야 한다.

김성래 교수: 그렇다. 이뇨제가 포함된 혈압약을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SGLT-2억제제 복용시 급격한 혈압 강하를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혈압을 줄여주는 걸 부작용이라고만 봐선 안된다. 치료 현장에서 이런 점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SGLT-2억제제가 혈압약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박철영 교수: 동감한다. 혈압 조절이 잘 되는 환자에게 SGLT-2억제제를 추가할 경우 혈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허약감’을 느끼는 환자 일부에서는 분명 이러한 혈압 강하의 영향이 있어 보인다. (혈압이) 목표혈압보다 약간 높은 환자들 중 혈압 약제를 올리기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SGLT-2억제제를 먹고 안정권이 도달하는 환자도 있다. 이처럼 SGLT-2억제제는 절묘한 핸들링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약은 효과와 부작용이 동일 선상에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이우제 교수: 외래 환자 중 3개월 만에 약 5kg이 빠져서 SGLT-2억제제 복용을 중단한 환자가 있었다. 젊은 환자들은 대부분 (체중 감소를) 좋아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은 체중 감소를 걱정하는 경우가 심심찮다. 의사가 환자에게 이 약(SGLT-2억제제)을 쓸 경우 체중이 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

박철영 교수: 맞다. 고령 환자들은 얼굴부터 살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 "얼굴이 너무 안돼 보인다", "무슨 병이 있는 게 아니냐"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는 우려의 말들에 흔들리기 쉽다.

김성래 교수: 고령 환자는 탈수에 취약하고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SGLT-2억제제를 조심해서 처방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들이 큰 문제는 아니다.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지거나 아주 말라 보이는 환자를 주의하면 된다. 체중이 줄어드는 걸 싫어하는 노인 환자에겐 약간의 붓기도 생기고 체중이 증가하는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 약제를 처방하면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SGLT-2억제제는 사구체여과율(eGFR) 60 이상인 환자에서 권고되고 45 이상도 급여가 적용된다.

김종화 과장: SGLT-2억제제를 쓰면서 생식기감염 등 일반적인 부작용에 대한 경험은 (앞선 패널들과) 비슷한 것 같다. (SGLT-2억제제) 부작용을 경험한 내 환자 중 20%는 생식기감염을 호소했고, 그중 30~40% 정도가 치료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고령의 경우, 매우 드물지만 살이 너무 빠져서 약을 끊는 경우도 앞서 경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Q. 최근 SGLT-2억제제가 심혈관 사건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는데요. 임상에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시고 있나요.

이우제 교수: SGLT-2억제제가 특정 환자군에서 심장병도 줄여주고, 사망률도 낮추며, 심부전도 개선하고, 콩팥 기능에도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또 심부전이 있는, 심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도 효과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때문에 심혈관질환을 경험했던 당뇨병 환자나 심장기능이 저하된 환자 등에 SGLT-2억제제가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SGLT-2억제제가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장기적으로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 이 환자들에게도 (SGLT-2억제제가) 좋은 대안이 될 거라 생각한다. 연구결과대로라면, 조금이라도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SGLT-2억제제로 치료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SGLT-2억제제의 콩팥 관련 적응증은 허가되지 않았다.

김성래 교수: 현재 콩팥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SGLT-2억제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다른 약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건 개념이 조금 다르다. 다른 약들은 콩팥 기능이 안 좋을 때 쓰면 해롭기 때문에 쓰지 말라는 것이지만, SGLT-2억제제는 써도 혈당 강하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쓰지 말라는 것이다. 앞선 언급과 같이, 콩팥 기능이 낮은 환자에서 SGLT-2억제제를 썼을 때 어떤 이점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SGLT-2억제제가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유용하다는 결과가 나와 미국당뇨병학회와 유럽당뇨병학회 공동 가이드라인에서도 심혈관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GLP-1유사체와 더불어 SGLT-2억제제를 우선 사용토록 이야기하고 있다. 또 유럽심장학회는 유럽내분비학회와 함께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 초치료 시 메트포르민보다 SGLT-2억제제를 우선 사용하라고까지 권장했다. 때문에 SGLT-2억제제의 그 쓰임새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박철영 교수: 현재 임상에서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점이,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에게 이 약(SGLT-2억제제)을 당뇨병 약이 아닌 '콩팥약'을 비롯해 여러 가지 합병증 치료제로도 쓰인다는 것이다. 즉, SGLT-2억제제는 이제 당뇨병약이면서 '콩팥약'이기도 하고 '신장약'이기도 한 것이다. 앞서 언급된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은 SGLT-2억제제 한 알로 심장과 혈당을 함께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권고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우제 교수: 유럽심장학회와 마찬가지로 조금 있으면 신장학회에서도 '당뇨병이 있고 콩팥 기능이 안 좋은 사람은 SGLT-2억제제를 우선적으로 써라'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한 가지 유럽심장학회의 (SGLT-2억제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보며 유럽당뇨병학회가 이를 인정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내분비내과에서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너무 앞서가는 가이드라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화 과장: 같은 생각이다. 유럽심장학회의 가이드라인은 1차 의료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약제를 처방할 때 심혈관질환 위험성도 평가하라는 것인데, 처음 당뇨병을 진단 받는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 위험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은 병력 청취 후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진행토록 해야 한다지만, 이는 1차 의료 담당 의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우제 교수: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은)흡연, 고혈압 등 여러가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으면 SGLT-2억제제를 1차에서 사용하라는 권고인데, 이 경우 굉장히 많은 환자들이 초치료에 SGLT-2억제제를 쓰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메트포르민 사용 전에 SGLT-2억제제를 첫 약제로 사용해 진행한 연구는 없다.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친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최소 70~80%는 이미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던 환자들이다. 이들이 연구에 참여해 SGLT-2억제제를 추가적으로 먹으면서 현재의 심혈관 질환 사망 감소 등의 결과가 나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트포르민 사용 전에 SGLT-2억제제를 먼저 쓰라고 한 것이나, 특히 심혈관 위험요인만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도 메트포르민 사용 전에 SGLT-2억제제를 먼저 쓰라고 한 내용은 좀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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