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목소리>로 수상 영예…총 116편 접수돼 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

제19회 한미수필문학상 대상에 부산 탑비뇨의학과 장석창 원장의 <엄마의 목소리>가 선정됐다.

지난달 2일까지 진행된 한미수필문학상 공모에는 다양한 환자 이야기를 담은 수필 116편이 응모돼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상은 <엄마 목소리>로 선정됐으며, 우수상 3편은 ▲아직 바쁜 오빠(김시영 일신의원) ▲임신해서 미안해요(홍유미 전북대병원 산부인과) ▲슈베르트 탄생 222주년 기념 독창회(이창걸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로 결정됐다.

또한 장려상 10편은 ▲나여, 박춘엽이(박정이 동국대일산병원 신경과) ▲Replace(조재형 서울대병원 외과) ▲모든 이의 종착역(최영훈 연세마음상담의원) ▲아파서 웃을 때(이동준 제주 한라병원 소아청소년과) ▲여기가 여관인줄 아세요?(유인철 유소아청소년과) ▲예기치 못한 선물(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운수 좋은 날(박천숙 부산 하단 미래아이 여성병원) ▲1년만의 답장(김예은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한 팔로 안은 아이(김진환 일산백병원 정형외과) ▲허니문의 환상과 그 후(성혜윤 국립공주병원)가 차지했다.

대상에는 상금 600만원과 상패가, 우수상 3인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상패, 장려상 10인에게는 상금 200만원과 상패가 각각 수여된다.

한미수필문학상 심사는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의 대가 정호승 시인, 한창훈 소설가, 문학평론가 홍기돈 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번에 대상을 탄 장석창 원장의 <엄마의 목소리>는 가장 높은 점수로 최종 심사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자식에 대한 지극한 모정에도 “No Interval Change”라고 진단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의료진의 무기력함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지은이의 차분한 문장은 글이 주는 성찰의 요소를 잘 부각시키고 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더욱이 <엄마의 목소리>가 최근 논란이 되었던 민식이법 제정의 상황 맥락을 환기시키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또 “올해는 최종 심사에 올랐던 작품들 중 수필로서 완성도가 높은 글들이 꽤 있었지만 의사로서 진료과정에 있었던 일을 소재로 삼아야 한다는 한미수필문학상 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감점을 받아야 했던 작품들이 있다”며 “앞으로는 안타까운 사례가 없었으면 한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매년 의사로서 진료과정에 있었던 일이 아닌 자신이 환자나 보호자가 되어 쓴 글들은 있었다.

이번에 장려상을 수상하게 된 <여기가 여관인 줄 아세요?>와 <아파서 웃을 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지만 서정국 씨의 <바람을 담습니다>와 김선빈 씨의 <천국으로 보낸 편지> 또한 의사로서 환자와의 이야기를 다룬 글이 아니다.

하지만 한미수필문학상은 의사로서 진료 과정에 있었던 일을 소재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최종 심사에 오른 4명의 작품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수필로서 완성도가 높은 글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환자의 이야기가 아니거나 진료 과정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감점을 받고 장려상에 머물거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한편, 본지가 제정하고 한미약품이 후원하는 한미수필문학상은 환자와 의사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01년 제정됐다. 시상식은 2월 2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개최되며 대상 수상자는 ‘한국산문’을 통해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제19회 한미수필문학상 심사평>

제19회 한미수필문학상 대상의 영예는 장석창의 <엄마의 목소리.가 차지했다. 자식에 대한 지극한 모정이 “No Interval Change”라 매번 진단 내릴 수밖에 없는 의료진의 무기력한 처지를 배경으로 섬세하게 부각되고 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의식불명의 아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들려주는 ‘엄마의 목소리’는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자책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자아내는 것은 아닐까. 유치원생 아들이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오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그러한 상태에 처한 까닭이다. 그러한 엄마 목소리의 이중성으로 인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엄마의 상실감은 잦아들지 못할 터, 이러한 상황이 액자 형식을 통하여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차분한 문장은 성찰의 요소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최근 논란이 되었던 민식이법 제정의 상황 맥락을 환기시키는 바도 있다.

우수상은 이창걸의 <슈베르트 탄생 222주년 기념독창회>, 김시영의 <아직 바쁜 오빠>, 홍유미의 <임신해서 미안해요>에 돌아갔다.

<슈베르트 탄생 222주년 기념독창회>에 등장하는 환자는 완치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성악을 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존재 증명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 새로운 치료법이 없어서 묘책을 강구해 나가는 의사의 태도는 이에 대한 자기 나름의 답변이겠다. 의사와 환자가 이렇게 함께 빚어내는 흐뭇한 에피소드는 선명하게 부각되게 마련이다. 성악가가 무대인사에서 의사를 빼먹은 장면은 재미있게 다가온다. 무대인사에서 의사가 호명되었다면 감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꽉 짜인 구성이 되어 다소 갑갑함을 야기할 수도 있을 터이나, 바로 그 당황스러운 장면으로 인하여 '더 인간적인 드라마'의 요소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바쁜 오빠>의 장점은 두 가지 꼽을 수 있다. 첫째, 작품 전반부 표현은 시종 유머러스하다. 환자에 대한 소개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이전까지다. 그런데 휴일 오프를 끝내고 병원으로 돌아온 다음부터 문체는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아픔을 아픔으로 시종일관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표현ㆍ문체를 매끄럽게 전환시킴으로써 글맛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산후 조리하러 친정에 온 딸 마냥”과 같은 재미있는 세부 표현도 이에 해당한다. 둘째, 환자의 캐릭터도 능란하게 빚어졌다. 여섯 살인 환자는 얼굴을 가린 채 겨우 눈만 드러내 놓고 있다. 이러한 묘사는 환자의 상태와 성격을 집약하고 있는 듯하다. 흰 종이 위에 그림 그리거나 올망졸망 글씨 연습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랬을 부끄럼 많은 환자. 유머러스한 의사에게 그가 느낀 친밀감이 오빠라는 호칭으로 드러났고, 그 관계가 의사에게는 “웃고 있다고 믿은 그 눈”으로 자리 잡았을 터이다.

<임신해서 미안해요>는 시각이 퍽 독특하다. 의사가 비슷한 또래 혹은 상황의 환자와 대면하면서 심리의 요동을 겪는 사례는 한미수필문학상 응모작의 한 가지 패턴이라 할 수 있다. 동일시의 맥락에서 환자는 한낱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을 벗어날 수 있으므로 성공 확률도 비교적 높다. 반면 이 작품의 경우 의사의 심리는 역전되어 있다. 반대 상황의 환자에게 질투하거나 안타까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밉지가 않다. 의사의 마음이 이동하는 지점에서 우리의 마음도 함께 이동하는 까닭인데, 이 지점에서 의사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새삼 다가선다.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을 해 봐야 진짜 산부인과 의사가 되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의 명제가 재미있게 증명된 작품이다.

장려상으로 모두 10편을 뽑았다.

장려상을 받게 된 <1년만의 답장>(김예은)은 풍부한 감수성을 차분한 문장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애타는 심정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보호자와의 공감, 이를 스스로에 대한 성찰로 이끄는 과정 또한 잔잔한 울림을 자아낸다. 다만 무게중심이 공감보다는 사변(思辨)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은 아닌지 논의가 있었다. <운수 좋은 날>(박천숙)은 글쓰기의 묘미가 드러난 작품이다. 일상의 사소할 수 있는 상황을 수다스러운 듯 펼쳐 나가다가 일순 반전으로 휘몰아가는 능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글쓰기 전략은 이미 제목에 노출되어 있어서 효과가 반감되고 말았다. <모든 이의 종착역>(최영훈)에는 삶에 대한 통찰이 드러난다. 의사 역시 생로병사의 과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일 수밖에 없는 바, 이에 대한 공감과 성찰이 설득력 있게 표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양원 왕진의사로서 친구 아버지를 만나는 일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다. 공감의 계기가 보편성에 도달하기에는 제약이 있어 보인다.

<Replace>(조재형)에서 출산한 아기를 보여주는 장면은 퍽 인상적이다. 그런데 표현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글의 전개가 무겁다. 표현을 덜어내어 깔끔하게 다듬어 낼 필요가 있다. <나여, 박춘엽이>(박정이)는 인물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포착하고 있다. 그런데 생동감 있는 인물의 포착 이외의 또 다른 무엇이 없다. 한 가지 장점이 다른 가능성의 발아를 가로막는 형국인 셈이다. <허니문의 환상과 그 후>(성혜윤)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긴장, 의사의 역할 범위에 대한 고민 등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진료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전개는 상당 부분 생략되어 있는 듯하다. <한 팔로 안은 아이>(김진환)의 소재는 서로의 장애를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환자 부부다. 내용이 퍽 훈훈한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훈훈함의 발원지는 이들 부부이며, 의사는 다만 이를 전달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예기치 못한 선물>(조석현)에는 '조그만 동네 의원이지만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예기치 못한 선물을 줄 수 있는 의원'을 만들어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지옥문에 새겨져 있는 문구 '이 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 지어다'를 인용하고 있는데, 의술이 이에 맞서 어떻게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를 새삼 환기시켜 준다.

<여기가 여관인 줄 아세요?>(유인철)와 <아파서 웃을 때>(이동준)는 한 편의 수필로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그런데 의사로서 진료 과정에 있었던 일을 소재로 삼아야 한다는 한미수필문학상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심각한 감점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적용하다 보니 두 작품은 장려상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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