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원 권덕철 원장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한국의료 해외진출 새 동력될 것”

2010년 ‘의료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본격 시작한 우리나라는 올해 의료 해외진출 10년을 맞는다.

ODA를 통한 국제개발원조 차원의 해외진출이 시작된 2000년대 이전 1세대를 넘어 의원급 및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민간 차원의 진출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2010년 2세대를 거쳐 정부의 적극 개입을 통한 중대형 및 전문병원 해외진출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현 3세대까지 한국의료는 끊임없이 해외진출의 문을 두드렸다.

특히 정부 지원이 본격화된 3세대에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7대 중점과제로 선정하는 등 의료 해외진출을 국가 주요 정책으로 삼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같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자체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실무를 담당하면서 지난 10여년간 의료 해외진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이 시간동안 진흥원은 ▲의료 해외진출 프로젝트 발굴 전문 컨설팅 지원 ▲ 전문인력 채용 지원 ▲재외공관 활용 협력 지원사업 ▲정부 간 보건의료 협력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했고 이런 노력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 한국병원이 건립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9월, 차관을 마지막으로 복지부를 떠난 권덕철 진흥원장은 지금까지 진흥원이 진행한 의료 해외진출 관련 사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지난 10년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더욱 피나는 노력과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료 해외진출 10년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2020년을 맞아 청년의사를 만난 권 원장은 “한국의료는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기술과 병원운영 노하우, 건강보험제도 등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료시장에서의 과당경쟁과 해외진출 경험·노하우 부족으로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진출이 활성화 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권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우수한 의료산업을 미래 먹거리 창출의 주도적 산업으로 지정해 지원하고자 했으며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전문컨설팅과 프로젝트 발굴 지원사업 등 해외진출 추진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 간 보건의료 협력을 통해 진출장벽을 낮추고 법·제도적 규제 완화, 국가 간 협력채널을 확대한 결과, 우수한 의료기술과 인력, 시스템을 바탕으로 병원과 제약, 의료기기, 건설, 금융 등의 패키지 진출 사례 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7월 세브란스병원이 중국 칭따오에 1,000병상 규모 병원 건립 착공에 들어갔으며 2018년 11월에는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재활의학 전문 로이병원이 국내 병원에 의해 건립됐다.

2019년에도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 이어져 4월에는 김안과병원이 베트남 현지병원을 인수해 개원했으며, 11월에는 힘찬병원이 우즈베키스탄에 부하라 정형외과 전문병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권 원장은 이같은 성과의 바탕에는 정부 지원 외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과 세계적인 의료기술 수준 ▲비용 대비 높은 의료접근성을 보장하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하는 효율적인 의료시스템과 세계 수준의 인프라 ▲높은 IT기술과 세계적 수준의 병원정보시스템과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이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 원장은 이같은 한국의료의 장점으로 지난 10년의 성과를 냈다면 향후 10년 더욱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헬스케어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의료 해외진출을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지원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주도하되 다양한 기관들과의 민관협력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육성, 정착해 나가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원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해 이미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의료선진국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2014년부터 해외의료업을 의료법인 부대업무로 허용하는 적극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국제의료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MEJ(Medical Excellence Japan)라는 민관의료합동기관을 설립했다.

이 외 의료기기 회사로 출발한 오스트리아의 VAMED 그룹은 최근 병원기획부터 설계-시공-장비공급-인력교육-운영-HIS솔루션-시설관리-의료컨설팅 등 병원 설립에서 운영까지 연결되는 사업모델을 마련했다.

권 원장은 이같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우수한 의료기술과 경쟁력 있는 병원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건설-제약-의료장비 및 소모품 등 관련 연관산업과 의료의 가치사슬이 결합됨으로써 지속적으로 가치가 창출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헬스케어분야 글로벌 리더십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경제적인 이익만을 위해 그 나라에 진출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국가 간 협력관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발전경험과 기술을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다른 국가들에 전수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방향성의 전통적인 국제협력사업은 향후 서로가 함께 참여해 윈-윈하는 양자, 또는 다자간 국제개발협력사업 개념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건강한 삶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은 전 세계인이 공통으로 누려야할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다. 이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국이 국제사회 리더로 보다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료 해외진출 외 해외환자의 국내 유치와 관련해서는 이미 한국의료를 경험한 환자들의 ‘사후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9년 외국인환자 유치가 허용된 후 2018년 누적환자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환자 유치의 경우 미용·성형 외 중증질환 환자 확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지속관리를 통해 한국의료에 대한 이미지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치료받은 해외환자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등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중증환자들은 장시간 비행 후 수술을 받고 돌아가는데, 현지 병원에서 사후관리가 안되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며 “이런 점을 해결할 사후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사후관리의 일환으로 환자를 많이 보내는 국가 의료인들을 초청해 교류하고 연수시키는 것도 방법”이라며 “결국 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의료에 대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권 원장은 2016년 제정된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 제정을 통해 해외환자 유치 시장 건전화가 시작된 것 역시 해외환자 유치의 큰 자산으로 평가했다.

권 원장은 “2016년 법제화 전까지는 사실 브로커에 의한 ‘장난’이 많았다. 하지만 법 제정 후 미용·성형분야의 경우 공항에서 부과세를 리펀딩해주는 등 여러 정책을 통해 가격 투명화가 진행됐다”며 “이 외에도 해외환자 유치업 관련 신고제 도입 등을 통한 시장 건전화 노력 등이 해외환자 유치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 원장은 한국의료 해외진출과 해외환자 유치 등 ‘의료산업 먹거리화’ 최전선에 있는 진흥원장으로서 한국의료의 미래가치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의료 공공성과 산업화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권 원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있는 기술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범부처 차원의 지원이 있는 한 한국의료의 기술수준은 앞으로도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의료의 기본인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국의료의 장점을 살려 산업화해야 한다는 주장 간 대립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하지만 공공성과 산업화 사이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성 강화도 중요하지만 (산업화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균형잡힌 시각을 통해 양쪽의 접점을 찾아 한국의료의 발전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진흥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의료 공공성과 산업화 사이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판을 깔아 공론화시키고 논의를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 진흥원은 연구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 등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권 원장은 한국의료를 눈여겨보고 있는 전세계 보건의료인들에게 한국의료는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고 더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원장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우리나라는 전세계 보건의료 관계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의료관광 우수국가를 선정하는 글로벌 의료관광 컨퍼런스인 ‘IMTJ 시상식(Medical Travel Awards)에서 올해의 의료관광 목적지(Health and Medical Tourism : Destination of Year) 부분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한 것이 반증”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한국은 앞으로 글로벌 의료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국가로 전세계인들에게 상생과 나눔의 가치를 전파하고 한국의료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치료와 중증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세계인류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한국의료의 위상을 드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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