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종료됐지만 ‘신제품 공급 중단’ 우려 여전…뇌수막염 신속검사도 급여 후 사장 위기

개구충제 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마지막 희망을 잡아보려는 암환자들의 ‘자발적 임상’이 의료계는 물론 온 사회를 뒤흔들었다. 1인 1개소법 합헌, 66년만에 낙태죄 위헌, 맘모톰 소송 등 의료 관련 법 이슈도 끊이지 않았다. 의료 인력난은 최악으로 치달았으며, 국립의료원 윤한덕 응급의료센터장과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사망으로 의사들의 과로와 안전이 이슈화됐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에서는 조 장관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 의료계, 청년의사가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2017년 9월 고어사는 국내 인공혈관사업에서 철수했다. 당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 등 학계를 중심으로 고어사 철수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철수를 막지 못했고 인공혈관 사재기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재기했던 인공혈관이 올초 바닥을 드러내면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던 소아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했고 이로 인해 2017년 철수 당시보다 사회적으로 더 이슈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3월 식약처는 인공혈관 공급 정상화를 위해 고어사와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3월 15일 고어사와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당장 필요한 인공혈관 20개만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인공혈관 20개 공급 후 고어사와 정부 간 진전된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환자들이 나섰다. 고어사태가 터진 후 사실상 물밑에서 고어사와 협상을 이어온 선천성심장병환우회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고어사를 타깃으로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고어사가 인공혈관사업은 국내에서 철수할 수 있지만 매출이 큰 등산복이나 산업용 재료분야에서는 철수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고어사의 행태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압박했던 것이다.

결국 고어사는 소아용 인공혈관 11개 모델과 인조포 3개 모델 등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사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의료특성상 신제품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수준을 따라가는 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건강보험 등재 과정에서 수가가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뇌수막염 신속검사의 경우 수가 책정으로 인해 오히려 신속검사를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여 적용 후 낮은 수가 때문에 수익을 맞출 수 없는 관련 회사들이 검사 패널 공급을 중단한 것인데, 전문학회들이 행위조정신청을 했음에도 9개월이 넘도록 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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