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조플루자' 허가…이재갑 교수 "호전되지 않는 중등도 환자에 타미플루 병용 등 기대"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한국로슈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 마르복실, 20mg, 40mg)는 현 시점의 국내 진료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까.

지난달 국내 허가를 취득한 조플루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수적인 중합효소 산성 엔도뉴클레아제(polymerase acidic endonuclease)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복제 초기 단계부터 진행을 막고, 바이러스 증식을 미연에 방지하는 기전의 약제다.

특히 오셀타미비르(오리지널 제품명 타미플루) 등 기존 경구제 대비 1일 1회 복용, 증상 완화 및 바이러스 검출 시간 단축 등의 장점을 입증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12세 이상 64세 이하 환자 1,436명을 대상으로 한 CAPSTONE1 임상시험 결과 증상완화까지의 소요기간(중간값)이 약 23일로 위약군 대비 약 1일 더 빨리 증상을 완화시켰으며, 위약·오셀타미비르 대비 바이러스 수치 감소 기간도 단축시켰다(조플루자 약 1일, 위약 약 4일, 오셀타미비르 약 3일).

또 12세 이상 인플루엔자 고위험군 환자 1,163명을 대상으로 한 CAPSTONE2 임상시험 결과, 증상개선까지의 소요시간(중간값)이 조플루자는 약 3일로 오셀타미비르 3.4일, 위약 4.3일 보다 빨랐다. 조플루자는 바이러스 검출 중단까지의 소요시간(중간값)도 약 2일로 오셀타미비르 약 4일, 위약 약 4일 대비 절반 가량 줄였다.

한림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지난 17일 한국로슈가 주최한 ‘조플루자 허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감염질환 전문가는 조플루자가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라는 점과 증상 완화 단축 등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한림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조플루자는 1일 1회 용법으로 증상 발현 48시간 이내 복용해야 한다. 오셀타미비르가 5일여간 아침 저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가 1일 1회 용법으로 나온 건 주목할 점”이라며 “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정도를 빨리 낮춰서 전파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조플루자는 임상시험에서)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이틀 이상 빨랐고, B형 인플루엔자에서 (오셀타미비르 대비) 효과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3상 고위험군에서 위약 대비 임상적으로 유의한 이점을 보인 최초의 항바이러스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인플루엔자 치료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오셀타미비르 제제가 특허 만료에 따라 저가의 제네릭이 대거 출시됐다는 점과 급여 적용 약제라는 점 등으로 인해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조플루자 대비 우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현재 임상에서 오셀타미비르를 위협할 정도의 약제로 자리매김할지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재갑 교수는 “임상에서는 (아직 관련 임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호전되지 않는 중등도 환자에서 기전이 다른 조플루자와 오셀타미비르와의 복합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오셀타미비르가 최근 청소년에서 (환각, 자살 등) 부정적 이슈가 나왔던 만큼, 이에 대해 우려가 큰 부모님들 사이에서 다른 기전의 약제를 사용코자 하는 의견도 있다. 일단은 이 두 부분에서 (조플루자의) 쓰임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플루자 허가 전까지) 인플루엔자 치료제는 주사제, 흡입제, 경구제가 있었지만 모두 뉴라미니다아제 계열이었다. 때문에 내성 발생시 대안이 없었는데 새로운 기전의 조플루자가 나오면서 내성을 대비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목할 점”이라고 했다.

조플루자는 국내에서 성인 및 만 12세 이상 청소년의 인플루엔자 A형 또는 B형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료(인플루엔자 감염의 초기 증상 발현 48시간 내 투여 시작)를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국내 출시는 내년 3월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선 지난해 10월 국내와 같은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합병증을 동반한 고위험군 환자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이밖에 로슈는 조플루자가 내년 미국에서 12세 이하 소아에서의 적응증을 획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