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체계의 新패러다임③] 산디아국립연구소 멜리사 핀리 연구원 인터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 이후 추진되는 감시체계 선진화는 ‘생물감시(Biosurveillanc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물감시를 선도하는 미국은 인간과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동물과 환경 정보 수집·분석·해석에도 적극적이다.

치사율과 전염성이 높은 동물 질환이 인간에서 전염될 가능성 등을 연구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 가상훈련까지 이어지는 일도 많다.

최근 존스홉킨스대학에서는 항공사, 호텔업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방부 관계자 등이 모여 돼지독감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돼 전 세계 1,00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가상시나리오로 도상훈련을 가졌다. 한국 방역체계에 비상이 걸렸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연상되기도 한다.

생물감시 관련 연구를 다수 진행하는 산디아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 멜리사 핀리(Melissa R. Finley) 연구원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생물감시체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동물 관련 정보 수집과 분석, 해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핀리 교수는 수의학자다.

핀리 교수는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방역연계범주처감염병연구개발사업단이 지난 11월 19일 개최한 ‘2019 한국 생물감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존스홉킨스대 제니퍼 누조(Jennifer B. Nuzzo) 교수와 함께 방한했다.

산디아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 멜리사 핀리(Melissa R. Finley) 연구원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생물감시체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동물 관련 정보 수집과 분석, 해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생물감시체계에서 중요한 한 축이 동물 분야라고 한다. 동물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해석 과정에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임상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임상 수의사들은 최전방에서 동물 전염병을 감지하고 초기 데이터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 임상 수의사들이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전체 생물감시체계가 조기에 무너질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생물감시체계를 구축한다면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한국도 미국과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미국에서 가축을 주로 보는 수의사는 전문적인 교육을 충분히 받는다. 예를 들어 소에게 브루셀라 백신을 놓으려면 수의사여도 공인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질병별로 공인시험이 매우 세분화돼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주로 보는 수의사에게 비슷한 수준의 전문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광견병 외에 반려동물에서 인간에 전염되는 병은 많지 않다.

지난 11월 19일 열린 ‘2019 한국 생물감시 심포지엄’에서는 생물감시체계가 범부처 차원에서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수공통감염병에 대응하려면 부처별 자료 연계가 필수적인데 생물감시체계가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축과 야생동물에 비해 반려동물 감시체계가 부재하다는 게 문제로 꼽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환경연구소 민경덕 연구조교수(수의사)는 “반려동물 감시체계는 없다. 항생제 내성 관련 정도만 있다”며 “영국은 수의사협회나 수의학회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표본조사를 통해 반려동물 질병 형태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감시체계 문제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가축과 야생동물에 비해 반려동물이 생물감시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했다.

- 가축과 야생동물에 비해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감시체계가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미국도 동물병원 등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정보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 농무부도 가축에 집중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에 대한 전염병 보고시스템은 없다. 광견병만 무조건 보고하게 돼 있다. 아마 미국 수의사 대부분이 전염병에 걸린 반려동물이 있다면 어디에 보고를 해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그러나 광견병 외에 반려동물에서 인간에게 전염되는 질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문제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려동물도 항생제 처방을 많이 받는다.

- 한국은 생물감시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세분화된 목표를 갖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다. 부처마다 생물감시체계가 도움이 되고 중요하다는 걸 인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부처가 합동해서 브루셀라병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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